조중환의 번안소설과 열병의 상상력 : 장티푸스의 변주와 형상화를 중심으로
초록
장티푸스는 20세기 중반까지 맹위를 떨쳤던 감염병으로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유행한 바 있다. 이미 19세기 말부터 위생과 방역을 중심으로 한 대응이 이루어졌으며, 대중들에게도 주요한 감염병 가운데 하나로 폭넓게 인식되고 있었다
하지만 문학 작품에서는 장티푸스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신경쇠약이 결핵, 천연두 등과 달리 장티푸스는 1910년대 초반까지도 거의 소설에서 거론되지 않았다. 조중환의 번안소설인 「쌍옥루」나 「비봉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등장하게 되는데, 이 역시 장티푸스를 병명을 직접적으로 채택하지는 않았다.
조중환의 번안소설에서 장티푸스는 감염병의 측면보다는 불명열(不明熱)의 일환으로 등장한다. 감염병임을 추론할 수 있는 서술이 작중에서 등장하기는 해도 발병의 중심에는 작중인물의 죄책감과 같은 심리적 요인이 강하게 작동한다. 이는 19세기 영미소설이 채택한 neural fever와도 연결된 것으로, 열이라는 요소를 중심으로 작중의 갈등을 설명하거나 이를 해소하는 계기를 제시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열병을 중심으로 하여 근대의료를 소설 속에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혈액검사와 혈청주사, 체온 측정을 중심으로 한 진단과 치료는 모두 의사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작중인물의 병을 치료하는 것 역시 의사의 역할로 분리된다. 같은 시기 소설에서 나타나는 신경쇠약이 의료와는 무관하게 작중인물 간의 갈등 해소를 통해 치유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티푸스를 중심으로 한 열병의 상상력은 소설에서의 근대의료를 구체화하는 데 적잖은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서는 열병을 중심으로 결핵이나 신경쇠약과 같은 여타의 질병과도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을 마련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20세기 초 문학에서 질병을 인식하고 형상화하는 양상을 살펴보는 데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Abstract
Typhoid fever was a rampant infectious disease until the mid-20th century, experiencing several outbreaks in Korea. Since the late 19th century, responses centered around hygiene and quarantine were implemented, and it was widely recognized as one of the major infectious diseases among the public.
However, it is difficult to find cases where typhoid fever directly appears in literary works. Unlike neurasthenia, tuberculosis, or smallpox, typhoid fever was almost never mentioned in novels until the early 1910s. It was not until Jo Jung-hwan's adapted novels, such as "Ssangokru" and "Bibongdam," that typhoid fever finally made an appearance, albeit not adopting the disease name directly.
In Jo Jung-hwan's adapted novels, typhoid fever appears more as a part of an unknown fever than from the aspect of an infectious disease. Although there are descriptions that allow readers to infer it as an infectious disease, psychological factors like the characters' guilt play a strong role at the outbreak's center. This is connected to the neural fever adopted in 19th-century English and American novels, where fever is central to explaining conflicts within the story or providing an opportunity for resolution.
On the other hand, these novels also provided an opportunity to formally introduce modern medicine into the story, centered around fever. Diagnosis and treatment focused on blood tests, serum injections, and temperature measurements are all conducted by doctors and medical institutions, separating the act of curing the characters' diseases as the doctors' role. Considering that neurasthenia, appearing in novels from the same period, is healed through the resolution of conflicts between characters independently of medical intervention, the imagination of fever centered around typhoid fever plays a significant role in concretizing modern medicine in literature.
Furthermore, it is worth noting that fever, centered around typhoid, creates connections with other diseases such as tuberculosis and neurasthenia. This offers another perspective in examining how diseases were recognized and visualized in early 20th-century literature.
Keywords:
Typhoid, Fever, Jo Jung-hwan, Adapted Novels, Modern Medicine, Infectious Disease, Neurasthenia, Ssangokru, Bibongdam키워드:
장티푸스, 열병, 조중환, 번안소설, 근대의료, 감염병, 쌍옥루, 비봉담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9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9S1A6A3A04058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