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주의 『지리산』과 부르주아 지식인의 공산주의
초록
이 글은 이병주의 『지리산』을 통해 식민지 시대에 공산주의 이론을 접한 학병세대의 세대적 조건 및 ‘부르주아 인텔리’라는 계급적 조건이 서사에 구현되는 양상에 주목하였다. 주요 논점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일제와 공산당에 부역했다는 비난에 시달리면서도 이병주가 공산주의 서사, 특히 남로당 서사를 반복적으로 써내야만 했던 이유를 묻는다. 『지리산』의 핵심인물인 ‘하준수(남도부)’는 학병 거부자이자 남로당 간부로서 학병세대의 이중부역 문제를 재론하는 핵심적 실마리가 된다. 둘째는 이병주의 남로당 관련 저작들이 공통적으로 공산주의에 반(反)하는 형태로 발화되는 현상을 살핀다. 특히 교조화된 공산당을 맹렬히 비판하면서도 정작 공산주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양면성에 주목하였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이중적 태도를 ‘비-공산주의’의 영역이라 규정하고, 그 성격을 하준수가 조직한 보광당의 재현 양상과 관련하여 다룬다. 마지막으로 공산주의를 향한 동경과 경계가 뒤섞인 착종 상태가 이병주에게 있어서는 비전향의 지조에 대한 옹호와 세속적인 기회주의에 대한 경계와 관련되어 있음을 살폈다. 당초 공산주의를 천황제 파시즘에 대한 투쟁수단으로 접했다는 세대적 측면 및 부르주아 가족의 생존과 영달이라는 태생적이자 계급적인 제약의 측면에서 분석해 보았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이병주의 세대적 감각과 공산주의가 결합되어 있는 양상을 살피고, 나아가 일반적으로 계급적 결함으로 지목되는 ‘부르주아 지식인’의 자질이 식민지 청년의 혁명적 열정으로서의 공산주의 사상과 만났을 때 빚어졌던 갈등의 양상을 논의하였다.
Abstract
Korean writer Lee Byung-ju was mobilized as a student soldier for Japan’s Pacific War. The student soldier generation was criticized for working for the Japanese army even though that was against their will. They were also suspected of working for communism during the postwar trusteeship period. The novel Jirisan (meaning Jirisan Mountain) was written to rebut these two criticisms. Firstly, the main character organizes an anti-Japanese guerrilla in Jirisan Mountain against the student soldier deployment. Secondly, he dies as a communist, but not being part of the party. This narrative holds ambivalent attitudes toward communism: criticism on the Communist Party as a dogmatic organization, and respect for conscientious bourgeois intellectual communists who sacrifice themselves for a great ca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