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과 공모 사이 : 김승옥의 『내가 훔친 여름』을 중심으로
초록
김승옥의 문학 세계가 60년대를 통과하면서 높은 문학성을 인정받는 「무진기행」류의 소설에서 대중성을 표방하는 『보통여자』 류의 소설로 모종의 변화를 겪었다면, 『내가 훔친 여름』은 그러한 변화의 흐름 중간에 놓인 과도기적 작품에 속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일간지 연재소설, 혹은 주간지 소설로서 상당히 통속적인 면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통속성’과 ‘대중성’에 완전히 함몰되지 않는 진지한 사상적 모험을 시도하고 있다. 이 글은 『내가 훔친 여름』이 가진 이러한 경계선적 특성에 주목한다. 『내가 훔친 여름』은 우선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두 젊은 남성의 무전여행 서사로서 영화 장르로 바꾸어 말하면 ‘로드무비’라고 할 만한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그러한 대중적 서사 형식이 기대하게 하는 것과 달리 마지막에 어떤 성장이나 깨달음으로 귀결되지도 못하고, 유쾌하고 행복한 결말에 이르지도 못한다. 소설의 어정쩡한 결말과 환멸의 분위기는 시골 출신 서울대생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주인공 이창수가 가진 양가감정, 즉 사회 현실에서 탈주하려는 저항적 태도와 사회적 주류에 진입하고자 하는 욕망 사이를 동요하는 이중적 감정에 기인한다. 이러한 양가감정의 기원은 이창수의 욕망과 심리가 투영된 빨갱이 아들 남형진과 사기꾼 장영일의 행보 속에서 드러난다. 이 글은 이창수의 외적인 여정과 모험을 이러한 긴장 속에서 부유하는 심리적 행로로 독해하면서 『내가 훔친 여름』이 60년대 후반 여전히 기세등등한 반공주의의 위협과 세련되어 가는 지배 권력의 유혹 사이에 갇힌 지식인의 방황에 관한 소설임을 보여준다.
Abstract
In the course of the 1960s Kim Seung Ok’s literature underwent a big change, from the critically highly acclaimed stories like “Record of a Journey to Mujin” to the popular entertaining novels like Common Women. The novella “The Summer I Stole” is one of the transitional works between these two extremes. Published in popular magazines or in newspapers, those works are somewhat kitschy and entertainig, but can be read as the author's serious political and ideological confrontations with the Korean society in the time of rapid economic development. This study of “The Summer I Stole” focuses on the transitional character of the novella. It seems to be a light, entertaining story about two young men on their vagabond journey comparable to a road movie, but doesn't end on a positive tone as is usually the case in such popular narrative genres. There is no happpy end, no final enlightenment. The ambiguous ending of the novel is due to the fact that the main character Lee Chang-Su suffers from mental complexes of a prestigious university student from the countryside. He oscillates between the desire for social success and the antipathy towards the mainstream society.
This article shows that his ambivalent emotions are projected upon two other contrastive characters and that his journey and adventure can be interpreted as his own psychological wanderings. In this novella Kim Seungok depicts the complicated internal landscape of an interllectual who is torn between an outsider consciousness in the time of the anti-communist dictatorship and the temptation to be successful in the same syst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