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의 재현을 통해 실현된 자기 이야기의 역사화 욕망 : 1990년대 한국 김인숙과 타이완 구묘진(邱妙津)의 소설을 대상으로
초록
1990년대는 이념/탈이념, 집단/개인이라는 변화의 접합지점에 서 있는 시대로서 페미니즘을 탄생시킨 기념비적인 시기이다. 특히 식민지 경험으로 인해 타의적인 방식으로 근대화와 접촉한 한국과 타이완은 계급과 민족적 문제의 차원에서 여성들이 저항해야 할 대상은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만이 아니다. 가부장제, 또는 가부장제와 유착관계를 가지게 된 이데올로기의 변모로 인해 여성들은 얼굴을 비추거나 목소리를 들려줄 공간과 욕망이 제한적으로 범주화된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감안하여 90년대 한국과 타이완의 여성적 글쓰기를 ‘욕망의 표출’로 조명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전쟁과 독재정권이 남긴 집단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과 타이완에서 페미니즘의 ‘재현’ 작업이 뒤늦게 본격화됐다. 김인숙과 구묘진은 비전형적인 여성성을 대변하는 작가로서 중산층 엘리트 여성이라는 신분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자기 현현과 가시화의 기회와 씨름을 하는 것은 공통된 숙명으로 삼고 있다. 계급적으로 중심이면서 젠더적으로 주변인 현실 삶의 충돌은 그들 내면의 모순으로 전환되며 이중적인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와 재정립의 욕망으로 발현된다. 김인숙은 후일담, 구묘진은 일기체/서간체 형식의 소설을 거쳐 주변부에 위치한 사람들 마음속의 일탈적 욕망과 에로틱한 육체의 쾌락 등 감정들을 대중들 앞에 나타낸다. 불순하고 젠더 ‘본질’을 위반한 것으로 여겨지던 여성/퀴어의 은밀한 욕망은 ‘말’과 ‘몸’이라는 매개체를 경유해 형상화된다. 그들의 소설은 남성의 기준에 비친 ‘여성’과 차별화되는 목소리를 들려주는 전형적인 고백 서사의 효과뿐만 아니라 단일화되지 않게끔 탈집단화를 지향하는 욕망 충족에 치닫게 된다. 여성의 자기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본질론을 초월하는 다원적이고 유동적인 정체성을 성공적으로 재생산한다. 김인숙과 구묘진의 소설은 여성이라는 젠더적 개념에 그치지 않고 자율적인 인간으로 거듭나는 역사화 욕망을 형상화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이를 바탕으로 역사·정치·문화 기반이 상이한 양국에서 현대 젠더문제를 대응하는 문학의 장을 재구성할 계기를 남겨준다.
Abstract
This article examines the way of ‘voice’s expression’ in Kim In-sook and Chiu Miao-chin’s 1990’s novels to find out how the women’s desire be illuminated through the feminine writing. Feminism’s representation work began late in Korea and Taiwan to overcome the collective crisis left by the war and dictatorship. Considering this historical background, it is an important issue to focus on the feminine writing of Korea and Taiwan in the 1990s.
Kim In-sook and Chiu Miao-chin, as writers representing atypical femininity, had a common fate of wrestling with their dual identity while enjoying the opportunity to visualize themselves as middle-class intellectuals without abandoning their status as elite women. Therefor, the conflict of real life, in which about their central position of cultural class but also marginal in the social system, turns into a contradiction within them and manifests itself as a desire to explore and re-establish one's identity. Kim In-sook and Chiu Miao-chin express emotions such as deviant desires and erotic physical pleasures in people living one the margins of society through later-talked and diary/epistolary novels. The secret emotions, which were considered impure and violated the so-called gender ‘essence’, are embodied through the narrative about ‘words’ and ‘body’ expressed by the writer with imagination. Their novels not only have an effect on typical confession narratives that differentiate themselves from ‘female’ reflected in men's standards, but also fulfill the desire for de-collectivization. By representing the woman's own story as it is, it has successfully reproduced the pluralistic and fluid identity that transcends essentialism. Kim In-sook and Chiu Miao-chin's novels focused on shaping women's desire for historization, not in the gender status, but as an autonomous human being. Based on this, it leaves an opportunity to reorganize the field of literature in both countries to respond to modern gender problems as a third world.
Keywords:
Kim In-sook, Chiu Miao-chin, Historization, Voice, Feminine Writing키워드:
김인숙, 구묘진, 역사화, 목소리, 여성적 글쓰기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1년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육연계사업 연구·교육연계과제로 수행된 연구임(AKSR2021-RE02). 본고를 섬세하게 평하여주신 익명의 심사위원 분들께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