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인의 『달궁』 연구 : 피카라의 전복성과 비도덕적 세계와의 불화
초록
서정인의 『달궁』에 대한 연구는 실험적인 서사 형식과 서술 기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본고는 『달궁』이 박달막(임인실)이라는 한 여성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소설에 나타난 피카레스크적 요소에 주목하였다. 인실은 비천한 태생의 성적 매력을 지닌 ‘피카라’에 해당하며 한국의 근현대사의 격류에 휘말려 세상으로 내던져진다. 인실은 양부모에게 성과 이름을 받고 있는데 이는 그녀가 혈연 중심의 가족주의와 가부장제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성장했음을 나타낸다. 인실은 삼종지도(三從之道)를 따르지 않으며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한다.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여성은 사회에 의해 이질적이고 위협적인 존재로 낙인찍힌다. 인실의 경우에는 정조 관념을 지니지 않은 여성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인실은 남성 중심의 보수적 성관념이 통용되지 않는 여성으로 남성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인실의 이와 같은 태도는 남성 중심의 기존 체계에 대한 교란과 저항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실이 마주한 세계는 악당들의 세계로 그녀는 그 안에서 고군분투한다. 인실의 아명인 “박딸막”은 마리아 막달레나를 연상시킨다. 막달레나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목격한 성서적 인물로 예수가 일곱 마귀를 쫓아준 바 있다. 인실도 일곱 유형의 악당들과 만나는데 이들은 각계각층의 지도자이자 권력자들로 군인(육군소령, 장교), 종교인, 교사, 기업경영인, 고위공무원, 의사, 학교재단 이사장이다. 이들은 모두 악당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인실의 노동력 또는 성을 착취하고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려 한다. 그들에게 인실은 경제적 약자이며 착취의 대상일 뿐이다. 인실은 이들이 속한 집단에 진입하고 탈출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사회적 존재로 태어난 이상, 그녀는 어딘가에 소속되어야 하지만 악당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정착할 수 없는 것이다. 인실은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한 인물은 아니지만, 인간의 기본적 도리는 지키려 노력한다. 이로 인해 그녀의 삶은 늘 궁핍하고 박복하다. 인실이 도덕적이고자 하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한, 타락한 세계와 그녀는 불화할 수밖에 없다. 인실은 거짓이 범람하는 세계에서 자신다움과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 한다. 이 점에서 인실의 존재는 그 자체로 저항적이며 체제 전복적이다. 인실의 생활은 비천하고 남루했지만 그녀의 삶은 고귀하고 혁명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Abstract
The study of Seo Jeong-in’s novel 『Dall-Gung』 has been centered on experimental narrative forms and techniques. This paper focuses on the picaresque elements in the novel to highlight that ‘Dall-Gung’ is an autobiographical story of a woman named Park Dla-mak (Im In-sil). In-sil is a lowborn ‘picara’ with sexual attraction, and is thrown into the world by the torrent of modern and contemporary Korean history. In-sil is named after her adoptive parents’ first and last name, which indicates that she has grown out of the fence of kinship-centered familialism and patriarchy. In-sil does not follow the three principles that a woman must follow, and she determines her life independently. Women who express their opinions are stigmatized by society as being alien and threatening. In her case, she is represented as the woman who have no sense of chastity. In-sil is the woman whose male-centered conservative gender notion is not accepted and does not feel very noble and pure love for men. In-sil’s attitude like this can be interpreted as disturbance and resistance to the existing male-centered system.
The world faced by In-sil is full of villains, and she struggles within it. In-sil’s childhood name, “Park Dal-mak”, reminds of Maria Magdalena. Magdalena was a biblical figure who witnessed Jesus’ death and resurrection and Jesus exorcised the seven demons for her, In-sil also meets seven types of villains who are leaders and powerful people from all walks of life such as a serviceperson (major in the army, officer), religious person, teacher, business owner, senior official, doctor, presient of the school foundation. They all look like villians, and try not to pay a fair price for exploiting In-sil’s labor or sex. To them, In-sil is the economical weak and target of exploitation. In-sil repeats the process of entering and escaping the group to which they belong. Born as a social being, she must belong to somewhere, but she can not settle in a world where villains are playing. In-sil is not a morally perfect person, but she tries to keep the basic principles of man. Because of this, her life is always poor and unfortunate. Unless she gives up her desire to be moral, she can not get along with the corrupted world. In-sil tries not to lose her confidence and humanity in a world full of lies. In this respect, the existence of In-sil is itself resistive and subversive. In-sil’s life is humble and poor, but has a nobel and revolutionary mea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