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KAPF)의 『농민소설집』과 조선문학가동맹의 『토지(土地)』 비교 연구 : 그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중심으로
초록
『농민소설집』과 『토지』는 각각 식민지 시기와 해방기, 당대의 대표적인 좌익 문학 단체에서 펴낸 농민소설집이다. 실질적으로 각 해당 단체에서 간행한 유일한 농민소설집이기도 한 이 두 소설집 사이에는 14년이라는 시간적 간극이 자리한다. 본고는 1933년 간행된 카프의 『농민소설집』과 1947년 간행된 조선문학가동맹의 『토지』가 가진 문제성을 확인하고, 두 소설집을 함께 살핌으로써 잇닿은 것과 변모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특성과 의미는 무엇인지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작업은 식민지 시기와 해방기 프로 문학의 (불)연속성을 구체적으로 살피는 또 하나의 접근 방법이기도 하다.
시간적 간극이 큰 만큼 『농민소설집』과 『토지』는 조직의 성격이나 목표, 작가군의 구성이나 작품의 형상화 과정 등에서 차이점을 보여준다. 『농민소설집』이 사회주의 운동의 지하화와 카프의 볼셰비키화 과정에서 생산되었다면, 『토지』는 새로운 민족 국가 건설을 둘러싸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졌던 해방기에 민주주의 민족문학을 기치로 내건 문예운동의 산물이었다. 카프의 강경 소장파를 중심으로 구성된 『농민소설집』에 비해, 민주주의 민족문학을 내걸었던 만큼 『토지』는 동일한 작품 편수이지만 작가군의 수와 성향 모두에서 보다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차이에 더해 두 소설집은 공통적으로 농민소설을 선별·수록하고 있으되 각각 그 구체적 문제의식을 달리한다. 『농민소설집』에 수록된 일군의 작품들은 모두 농민조합 설립으로 귀결되며 『토지』는 토지개혁의 촉진이라는 간행 취지를 강조하였다. 이때 내용적 측면 보다 더 주목해 볼 것은 작품 및 소설집의 구현을 통해 드러나는 바,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다. 『농민소설집』이 다소 직접적이고 경직된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과 달리 『토지』는 관련 범위의 폭을 넓게 잡아 문제에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선집은 근본적으로 혁명 단계와 당면 과제에 대한 인식에서, 그리고 운동의 기술, 문학적 실천 방식에서 연속성을 갖는다. 『농민소설집』과 『토지』는 조선의 혁명 단계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며, 둘 모두 위기적 상황에서 단행본 출간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 및 활로를 모색한 매체 운동의 일환이기도 하다. 『농민소설집』과 『토지』가 보여준 차이의 기저에는 보다 본질적인 연속성이 자리하고 있다. 볼셰비키화의 좌경화와 조선문학가동맹의 포괄적인 조직 구성은 일견 상반된 현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인식적, 실천적 연속성에 의거해 보면 해방기의 조선문학가동맹은 식민지 시기 카프의 성실한 후계자라 하겠다. 이러한 맥락에서 두 소설집이 보여준 구성 및 형상화 과정에서의 차이는, 정세와 관련한 조직의 구성과 변화는 물론 혁명 단계 및 과제 측면에서의 연속성을 고려할 때 비로소 제대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농민소설집』과 『토지』의 차이는 코민테른의 테제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각 시기 해당 조직의 성격 및 지향 문제에 가깝다. 또한 이는 기저에 자리한 연속성에 기반한, 발전과정이기도 하다. 이처럼 『농민소설집』와 『토지』의 (불)연속성은 식민지 시기와 해방기로 이어지는 프로 문학의 계보를 다시금 확인케 한다.
Abstract
In this paper, 『Nongmin Soseoljip(Peasant Novel Collection)』 (Byeolnarasa, 1933) of KAPF and 『Toji(The Land)』(Ahmungak, 1947) of Korean Writer's Alliance were compared to examine their continuity and discontinuity. 『Nongmin Soseoljip(Peasant Novel Collection)』 is the collection of representative peasant novels of KAPF at the time of publication in 1933, and 『Toji(The Land)』 is the novel collection published by the peasant literature committee of the special committee in Korean Writer's Alliance in 1947 during the liberation period. As KAPF and Korean Writer's Alliance occupy a prominent place in the history of Korean literature, diverse approaches have been consistently made to those organizations and their activities. Yet, nevertheless, there have been few discussions focusing on 『Nongmin Soseoljip(Peasant Novel Collection)』 and 『Toji(The Land)』 themselves except for individual approach to some of the works in each collection, and discussions on both of the two texts are actually hard to find.
Publication is proceeded in a certain situation by a certain chance with its own purpose. While 『Nongmin Soseoljip(Peasant Novel Collection)』 of KAPF was a part of the efforts to find a way out in political, social and cultural control and crisis in 1930s, 『Toji(The Land)』 of Korean Writer's Alliance is an example that shows the process of how literature sought for its practical role while facing a pile of tasks and sharp conflicts during the period of confusion in rapidly changing circumstances. In addition, the publication of those two texts was achieved in the middle of the situational changes, awareness of the crisis, and the following emphasis on creation for popularization. In other words, 『Nongmin Soseoljip(Peasant Novel Collection)』 and 『Toji(The Land)』 show, both in the process of their publication and contents, the actual aspects of the problematic reality, such as control and suppression explicitly revealed through the war in a full scale and affairs of arrest, changes in the policies of the US army military government, and the real occurrence of conflicts between the left and the right in full swing, and how the discussions to overcome them, such as popularization theory, had been accepted and realized through the selected works under the names of the organizations in their own way. Both of the two texts also have something in common in that they were the outcome of each organization's particular intention in order to stress literary practice to cope with specific problematic reality(shift to military rule by the Japanese Empire in 1930s and farm tenancy dispute, direct political intervention into the agriculture society, such as Nammyeonbukyang(growing cotton in the south and raising sheep in the north, 南綿北羊) policy, and land reform in the liberation period and so on), which was different from other anthologies planned and published as series by each organization. However, they are different in the standards of edition, description of intentions, characteristics of the figures and conflicts, and the arrangement of the works, and etc. And these differences can be said to have been possible by the recognition of the limits of 『 Nongmin Soseoljip(Peasant Novel Collection)』 that had been published earlier along with the differences in the circumstances or the development of the theory of popularization.
The two texts are never light in that they show the aspects of specific acceptance and realization of various discussions and the emphasis on creation for publication as practice and as the reaction to the crisis. Examining these two texts together that seem to have been repeated with a gap would raise interest in the works which have been neglected, and also offer another approach to the theory of popularization or peasant literature.
Keywords:
『Nongmin Soseoljip(Peasant Novel Collection)』, 『Toji(The Land)』, KAPF(Korea Artista Proleta Federatio), the Korean writers alliance, the peasants novel, the popularization theory, Publishing activities, Media movement키워드:
『농민소설집』, 『토지』, 농민소설, 카프, 조선문학가동맹, 대중화론, 출판 활동, 매체 운동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5년 정부(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5S1A5B5A0704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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