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과 오염의 서사 : 김유정의 「정조」론
초록
이 글은, 김유정의 「정조」가 남성 간 여성 거래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사실은 이를 비틀어내고 있다는 데 착안하여 여성인물의 주체적 궤적을 탐색한다. 게일 루빈의 여성거래와 크리스테바의 비체 개념을 비롯한 여성주의적 접근법에 바탕하여 소설에 나타난 유혹과 몸 팔기 그리고 거래와협상 과정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여성인물의 주체적 전략을 드러낸다. 남성지배의 구조 속에서 여성이 주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협소하지만 비체되기는 이와 같은 구조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주인을 유혹하여 몸을 섞고 이를 빌미로 술집밑천을 마련해 행랑생활을 청산하는 행랑어멈의 궤적을 분석함으로써 비체-되기를 통해 여성거래의 사회적 맥락을 균열하는 여성인물의 잠재력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먼저, 여성인물이 구사하는 유혹과 피해의 이중전략을 통해 주체와 대상을 넘나들며 정조이데올로기와 여성거래를 비틀어내는 소설의 여성주의적 잠재력을 살펴본다. 유혹의 주체이든 피해자이든 이를 결정하는 것은 여성이라는 점을 통해 여성 거래의 배후를 이루는 사회적 맥락이 균열되는 가능성을 확인한다.
다음으로, 주인의 피해의식을 빌미로 한 비체 되기를 통해 주인/행랑것의 경계를 교란하는 전략을 탐색한다. 주인을 피해의식에 처단할 수 있는 여성인물의 자원은 유혹이나 쾌락이 아니라 더러움, 추함 그리고 천한 신분으로 인한 전염성이며 신분의 경계와 체면을 오염시키는 동력은 오직 행랑어멈만이 가질 수 있기에 비체 되기야말로 그녀가 지닌 자원이자 실력행사의 원천임을 밝힌다.
마지막으로 유혹/피해의 이중전략과 비체 되기의 전략이 오염의 거래와 주인권력의 농담화로 수렴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오염을 담보로 한 거래과정에서 거래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여성인물의 위상을 드러내고 자신을 비체화한 주체를 조롱하는 주인권력의 농담화를 밝혀낸다. 여성거래를 균열 하고 주인권력을 조롱하는 행랑어멈의 대응양식에서 여성인물을 민족의 은유 혹은 매매와 교환의 매개로만 그 의미를 한정해온 기존의 연구사를 넘어서는 여성인물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Abstract
Kim Yoo-jung's short novel, “Jungjo”, deals with female-to-male trade, which is substantially spoiled by a female character. Focusing on this feature, this essay explores the subjectification process of the female character. Based on the feminist approach including Gale Rubin's concept of traffic in women and Kristeva's explanation on abject, this essay tries to analysis her behaviors of temptation, prostitution, negotiation and deal in the novel, and reveals her subjectification strategy. In this patriarchal structure, the possibility of women becoming a subject dominance is very narrow, but it may be possible to make some cracks to and in such a structure against its grain through the strategy of becoming abject. She seduced her master into sexual affair with herself, and threatened him to pay her business succession. From such a story, this essay tries to find the potential of a female character who breaks the social context of traffic in women.
First, it examines the feministic potential of the novel that tries to question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subject and the object through the dual strategies of temptation and victimization of herself which was played by the female characters. The fact that it is the woman who decides whether she was the subject or the victim of temptation, confirms the possibility that strong social structure that backs up traffic in women is significantly broken called in question or suspicion.
Next, it explores the strategy of dilution of the boundaries of master and servant from her planned behavior of becoming abject which resulted in the master 's damage consciousness. The resources of a female person who is able to dispose her male master toward feeling terrible fear, are not temptation or pleasure, but contagiousness of dirtiness, ugliness and inferiority which have been attributed to herself. Because the power to pollute the boundary and ‘face’ belongs only to her, her strategy of becoming abject has produced the most powerful resource for her to achieve her goal toward opening a public house.
Finally, it examines how the dual strategy of temptation / victimization and the strategy of becoming abject are converged into the transaction of pollution and making a travesty on the master power. It reveals the status of the female character who takes the initiative of the transaction of pollution and explains how the master power that compelled her to be an abject is ridiculed and tactically questioned. This essay tries to propose to find out some possibility of female character to question the everlasting structure of traffic in women and to make a travesty on the master power, along with existing researches which have limited female character’s meaning only to metaphor of Korean nation or intermediator of exchange or trades
Keywords:
Initiative of woman, Subject of temptation, Traffic in women, mobilization of pollution, becoming-abject, travesty on the master power키워드:
여성의 주도권, 유혹의 주체, 여성 거래, 오염의 자원화, 비체 되기, 주인권력의 농담화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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