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애 문학에 나타난 간도적 글쓰기 : 지방성과 여성성의 문제를 중심으로
초록
강경애의 간도 시기 문학에 대하여 기존의 논의들은, 계급의식과 여성성이라는 두 가치 개념을 축으로 전개되어 왔다. <인간 문제>를 비롯한 강경애의 대표작들은, 계급주의 현실 전망을 분명히 보여주지만 그러한 전망이 제시되기 위해서 여성인물의 수난과 자기희생이 필수 과정으로 부수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강경애론은 작가의 계급주의적 현실인식이 여성성 인식을 결여한 추상적인 것에 그치는 한계를 보인다고 평가하거나, 이러한 한계성이 역설적으로 여성성에 대한 인식을 촉구함에 주목하곤 했다. 이 논문은 강경애 문학의 그러한 계급주의 전망이란, 추상적이라는 점에서 비판되거나 혹은 여성성이라는 보충물을 통하여 부정적으로 긍정될 수밖에 없다면, 오히려 현재의 독법은 전망보다도 그에 대한 보충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에서 시작된다.
언제나 작품의 담론적 표면에 나타날 수 없는 것으로서만, 또 작품이 재현하는 현실 속으로 번역되어 들어올 수 없는 것으로서만 현현하는 여성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간도 시대 강경애 문학은 어떤 의미화도 거부하는 ‘문제’의 형식으로 남으며, 그것을 해석하는 현재의 독자는 그 문제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제시하려다가 실패하는 자로서 남을 것이다. 이러한 강경애 문학의 ‘문제’적 형식성은 담론적으로는, 음성화되지 않는 부호, 실질적 의미가 없는 형식형태소를 통해 드러나며, 내용적으로는 궁극적 의미화의 좌절로 나타난다. 이 논문에서는, 그 어떤 보편적 세계성으로도 환원되지 않는, ‘간도’라는 곳의 지방성이, 저자와 독자 사이의 끝없는 상호적 해석을 통하여 무한히 연장되는 ‘글쓰기’를 통해서 드러난다고 보아, 이를 ‘간도적 글쓰기’로 명명하였다. ‘간도적 글쓰기’는 강경애의 진의와 그것을 가리는 먹칠 사이에서 전개되는 것이며 결국 그것은 어떤 현실적 전망보다도 더 현실적인 여성성이라는 진리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Abstract
The existing literature on Kang Kyŏng-ae's works can be categorized into two trends according to how they evaluate the author's two main core values: class consciousness and femininity. Kang's representative fictions, including the novel From the Wŏnso Pond (In'gan Munje), clearly show the author's Marxist view on the colonial Korean society. In the meantime, the author's typical narrative evolves around the topics of the society's violence against female protagonist and her self-sacrifice. The first trend of Kang Kyŏng-ae studies criticizes that the author ignores the concrete reality that women must face to forcefully vision the ideological future. In second trend, researchers tend to value the femininity that is paradoxically brought forth when Kang's Marxist vision turns out to be impossible without ignoring the concrete reality faced by women.
If Kang's Marxist visioning of future can be justified only when it is supplemented by the unconsciously foreclosed femininity, is not it more reasonable to focus on the supplement which renders the visioning possible? If one focuses on how the femininity manifests surreptitiously only as the form of the unrepresentable on the discursive surface, or as the from of the untranslatable to the reality that is represented in the works, Kang's Kando period works become a problem, which insistently defies any sort of solution and Kang's reader always becomes the one who fails to solve the problem. The problematique of Kang's writing reveals itself as non-phonetic and anti-semantic signs at the discursive level, while at the level of content it manifests as the ultimate failure of signification. What I call Kando-écriture in this paper is this surreptitious manifestation of Kando locality and femininity.
Keywords:
Kang Kyŏng-ae, Kando, Femininity, Locality, Écriture키워드:
강경애, 간도, 여성성, 지방성, 글쓰기Acknowledgments
* 이 연구는 2016학년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내학술연구비의 지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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