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iety Of Korean Fiction
[ Article ]
The Journal of Korean Fiction Research - Vol. 0, No. 69, pp.295-320
ISSN: 1229-3830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0 Mar 2018
Received 25 Feb 2018 Reviewed 07 Mar 2018 Accepted 09 Mar 2018 Revised 18 Mar 2018
DOI: https://doi.org/10.20483/JKFR.2018.03.69.295

여성과 토폴로지 : 오정희의 「옛우물」, 「저녁의 게임」, 「유년의 뜰」을 중심으로

양윤의**
**고려대학교 기초교육원 초빙교수
Woman and Topology : Focusing on Oh Jeong-hee’s An Old Well, An Evening Game and Garden of Childhood
Yang, Yun-Eui**

초록

이 글은 오정희의 「옛우물」(1994), 「저녁의 게임」(1979), 「유년의 뜰」(1980)의 세계를 ‘장소’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장소란 물리적인 좌표인 ‘공간’이나 정보의 표면인 ‘지도’와 달리 그곳에 사는 사람을 표시하고있는, 그래서 그 사람의 생활과 감정과 가계(家系)와 기억과 현재가 기록되어 있는 곳이다. 장소는 그 사람의 물리적인 현존과 뗄 수 없이 엮여 있다. 그 사람의 현존 혹은 신체가 장소를 생성한다. 오정희 소설의 토폴로지는 끝없이 분기해나가는 장소들의 분산 내지 수렴으로 이해될 수 있다.

「옛우물」의 ‘옛우물’은 이 세계의 내부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출현한다는 점에서 기원적 성격을 띠고 있다. 기원은 현재라는 표면 위에, 그 가시적인 표식(mark)을 끊임없이 아로새긴다. ‘옛우물’이 지금 ‘나’의 삶에 수많은 중첩된 흔적을 남겨놓는다는 뜻이다. 본래의 ‘옛우물’은 회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비가시적인 것이었으나 현재의 평면에 중첩되고 이행하며 가시적인것으로 다시 등장한다. 「저녁의 게임」의 ‘나’는 아버지의 장소에서 추방된 어머니와 하나로 묶임으로써, 아버지의 장소 자체를 내부에서 무너뜨린다. 아버지는 이제 자신의 장소에서 추방했던 “미친 여자 아니면 창부”를 다시들이게 된다. 이처럼 장소는 생성되면서 의미를 생산하지만, 동시에 그 의미를 교란하기도 한다.

「유년의 뜰」의 ‘부네’는 아비의 손에 끌려와서 유폐되었다. 오빠의 말이 의미화, 가시화된 것과 달리 부네의 말은 아무 의미도 갖고 있지 않으나 바로 그 의미 없음(비가시성)으로써 노래와 탄식과 신음을 모두 가진 소리가 되었다. 이 여성성이야말로 대립물의 토포스 위에 축조되지 않고, 이 이분법을 논파하고 넘어서고 새롭게 구축하는 자리에 있는 것이다. 말을 하면서도 그 말의 포착에서 빠져나가는 말, 부네의 말은 바로 그런 말이며, 이것은 ‘옛우물’이 그 가시성으로 의미화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Abstract

This study reviews Oh Jeong-hee’s novel, focusing on its setting. Unlike space, a physical coordinate, setting also indicates the people living there, and thus, it includes the lifestyle, feelings, lineage, memories, and present-day lives of the characters. The setting is closely related to a character’s existence, and furthermore, a character’s existence creates the setting.

Upon following the first-person reminiscence in Oh’s An Old Well, the reader comes to realize that, on the surface, the old well is a setting that is contrasted with life in the present day. The semantic division that differentiates childhood/middle age, memories/living, and past/present is related to the appearance of this setting. However, the “old well” is, here and now, constantly and newly emerging from within the world. The “old well” leaves countless overlapping vestiges of the past in the present life of the first-person protagonist. The original “old well” was an invisible entity that existed only in memory, but it reappears as repeated, actual, and visible. This can be seen, for example, in the man who only exists as an obituary, or in being reminded of childhood by the husband sleeping curled up in fetal position.

The setting of the old well and garden has often been deemed feminine based on the biological sex of the author and the novel’s protagonist. However, they are a setting that refuses to be assigned such a meaning. For example, the old well can be regarded as the visibility of an invisible entity or as the semantics of a non-semantic entity. The fact that invisibility is visualized means that something that has not been given meaning exists as a meaning. The setting produces meaning as it is created, but also throws the meaning into disarray at the same time.

Keywords:

Woman, Topology, Place, Space, Oh Jeong-hee, An Old Well, An Evening Game, Garden of Childhood

키워드:

여성, 토폴로지, 장소, 공간, 오정희, 옛우물, 저녁의 게임, 유년의 뜰

참고문헌

    1. 1차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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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정희, 『유년의 뜰』, 문학과지성사, 2017.

    2. 소논문 및 단행본

      2-1. 소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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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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