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사랑’의 추적 : 『화두』를 통한 최인훈 문학의 재구성
초록
본고는 최인훈의 마지막 장편소설인 『화두』에 ‘사랑’이라는 주제의 탐색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고, 최인훈이 작가로서의 활동을 중단했던 각 시기가 ‘사랑’의 문학적 구현의 실패와 관련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태풍』과 「한스와 그레텔」은 최인훈의 작품으로서는 희소하게 가정과 사랑을 선택하는 남성 인물을 보이며 끝을 맺지만, 이 사랑의 선택과 함께 작가의 또 다른 중대한 주제였던 현대 정치사에 관한 고민은 돌연 중단된다. 『화두』는 오랜 문학적 침묵의 끝에 최인훈이 내놓은 대안으로, 작가는 소설을 통해 ‘사랑’과 ‘정치’라는 두 항을 대신하는 ‘기억’이라는 상징을 제안한다. 다만, 기억은 특정한 개인을 중심으로 하여 재구성되는 것으로, 이 과정에는 필연적인 기억의 왜곡이 발생한다. 최인훈은 이러한 왜곡을 『화두』의 서사를 이끄는 핵심적인 동력으로 삼았다. ‘나’에 의해 거듭해서 변화하는 기억을 ‘기록’하는 일이 곧 문학의 역할이라고 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화두』에 제시되는 ‘나’-최인훈의 독서 경험을 살필 필요가 있다. 실제 문학작품에 관한 의도적인 오류와 왜곡을 포함한 독서 경험의 기록을 통해, ‘나’-최인훈은 본인을 둘러싼 정치적 고민을 돌파하는 소설을 비로소 써내기로 결심하게 된다.
Abstract
This thesis starts with the disappeared theme of love in Choi-Inhoon's last full-length novel, Keywords. After that, this thesis points out that each of Choi's hiatuses as a author is associated with a failure of incarnating love. Both Typhoon and “Hans and Gretel” end with male characters choosing family and love, a rarity in Choi's work, but with this choice main characters abruptly stop the consideration of contemporary political issues. Keywords shows Choi's new theme, memory. Memory is reconstructed by specific individual, and this process inevitably results in a distortion of it. Choi used this distortion as a key driving force in the narrative of Keywords. In his view, the role of literature is to 'write' memories that are repeatedly changed by the 'I'. In this regard, it is necessary to examine the reading experience of 'I' presented in Keywords. Through the writing of his reading experience, including intentional errors and distortions of actual literary works, 'I' decides to write a novel that penetrates the political concerns surrounding 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