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iety Of Korean Fiction
[ Article ]
The Journal of Korean Fiction Research - Vol. 0, No. 95, pp.109-166
ISSN: 1229-3830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0 Sep 2024
Received 08 Jul 2024 Revised 11 Sep 2024 Accepted 11 Sep 2024
DOI: https://doi.org/10.20483/JKFR.2024.09.95.109

끝나지 않는 유년기 : 황순원에게서 한국전쟁과 자유의 문제

반재영**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The Endless Childhood : Educational Ideology and the Cold War Imagination of Hwang Soon-won’s Postwar Novel
Bahn, JaeYoung**

초록

이 글은 냉전기 아동 정치의 지평에 유의하면서 황순원 전후소설에서 아동 재현의 의미와 그 형성의 논리를 밝혔다. 「별」을 비롯한 황순원의 일부 초기작은 결정적 성장을 앞두고 유년기를 절대적 미의 영역에 보존해 두려는 소년들의 위태로운 시도를 그렸으며, 여기에는 분명한 반-성장의 논리가 아로새겨져 있다. 원래 황순원의 아동 재현은 주로 보존된 유년기를 ‘복기’하고 ‘향유’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한국전쟁을 분명한 기점으로 아동은 격리와 보호, 교육의 대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특히 「매」(1956), 『인간접목』(1955~1957)에서 황순원은 아동들이 유년기를 거치면서 원초적인 도덕 감정(가책과 죄의식)이 발현되는 순간을, 그리고 그 도덕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 안는 아동들의 공동체를 그렸다. ‘성한 거울알’과 ‘온전한 포도나무씨’의 비유가 보여주듯 황순원은 성선설적 본질주의에 입각해 아동들이 나면서부터 품부받은 선의 ‘소질’을 이끌어내려 한다. 세속에 물들고 나이 듦에 따라 그 소질의 보존은 위태로워질 수 있기에, 그는 영원히 유년기인 채로 어른이 되기를 요구한다. ‘교육적이지만 성장의 시간에 저항’하는 것이야말로 황순원식 형성이념의 핵심을 이룬다.

같은 시기, 주의 깊게 ‘전장의 총 든 청년’들을 등장시키지 않았던 황순원은 1956년경부터 공산주의자(부역자) 혹은 민간인 여성을 살해했거나 살해할 뻔했던 ‘청년’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한국전쟁을 재현하는 황순원 소설의 코드는 ‘속죄’였으며 근본적으로 그는 우리가 저마다 무언가 잘못했다는 관점에서 한국전쟁을 사유하였다. 전장에서 총을 들었거나 손에 피를 묻힌 청년들은 황순원이 원하는 대로 자라지 않은 아동의 미래였는데, 이 글은 『나무들 비탈에 서다』(1960)를 전후 청년들의 잘못된 형성에 내려진 징벌의 서사로 명확히 정위하고자 했다. 이로부터 드러나는 황순원의 모습은, 폭력적이고 군사주의적인 남성성에 물들어 돌아온 청년들을 엄하게 꾸짖고 벌하는 기묘한 가부장의 형상이다. 도덕적 엄숙주의에 입각한 이징벌과 정죄의 서사는, 우리가 이 강요된 전쟁 속에서 언제나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 가정함으로써 한국전쟁을 자유의 문제로 구성해낸다.

Abstract

This paper reveals the meaning of child representation and its unique educational ideology in Hwang Soon-won’'s postwar novels, keeping in mind the horizon of the politics of childhood in the Cold War Era. Some of Hwang’s earliest works depict boys’ precarious attempts to preserve their childhood in the realm of absolute beauty in the face of decisive growth, and there is a clear anti-growth logic to them. Originally, Hwang’s representations of children were primarily intended to ‘recapture’ and ‘enjoy’ a preserved childhood, but with the Korean War as a clear turning point, he painted them as objects of containment, protection, and education. In particular, in works such as “Cane”(1956) and Human Grafting(1955~1957), Hwang depicts the moments when primitive moral emotions emerge as children move through childhood and the community of children who faithfully embrace the feelings. As the metaphor of the “intact mirror” and the “vine seed” illustrates, Hwang seeks to bring out the disposition of goodness that children receive from God at birth, based on an essentialism. Since the preservation of the disposition can be jeopardized by worldliness and growth, Hwang Soon-won asks them to grow up in a way that keeps them forever a child. ‘Educational, but resistant to the logic of growth’ is at the core of his bildung ideology.

During the same period, Hwang carefully avoids featuring ‘young men with guns on the battlefield.' Still, from around 1956 onward, he talks about young men who killed or nearly killed communists or civilian women. Hwang Soon-won’s code for reenacting the Korean War was ‘atonement,’ and he thought of the Korean War from the perspective that we each did something wrong. The young men who held guns and killed people on the battlefield were the future of children who did not grow up the way Hwang Soon-won wanted them to. This article argues that Trees, Standing on the Slope(1960) is explicitly a narrative of punishment for the “misguided growth” of postwar youth. From this, it becomes clear that Hwang Soon-won was a strange patriarchal figure who sternly reprimanded and punished young men who had become imbued with violent, militaristic masculinity on the battlefield. This narrative of punishment and reprimand, grounded in moral solemnity, frames the Korean War as a matter of freedom by assuming that we could always have made different choices in this forced war.

Keywords:

Politics of Childhood in the Cold War Era, Initiation Story, Bildungsroman, Moral Emotion, Punishment, The Korean War, “A Star”, Trees, Standing on the Slope, Hwang Soon-won

키워드:

냉전기 아동 정치, 이니시에이션 소설, 성장소설, 도덕적 정서, 징벌, 한국전쟁, 「별」, 『나무들 비탈에 서다』, 황순원

Acknowledgments

이 글은 2024년 7월 5일에 열린 현대소설학회 제65회 학술대회 <해방 이후 한국 현대문학사의 쟁점들>에서 발표된 것이다. 이날 토론을 맡아주신 이시성 선생님(부산대), 그리고 익명의 세분 심사위원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귀중한 조언에 감사드린다. 이 글에 즉각적으로 녹여내지 못한 조언들은 앞으로 계속해갈 공부의 중요한 참고자료로 삼겠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