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에 나타난 식민지 문인의 표상과 탈식민적 문학론의 단서들 : 이인직·이광수에 대한 서술을 중심으로
초록
이 글에서는 『토지』에 나타난 식민지 문인의 표상을 고찰함으로써, 박경리가 제국주의와 문학의 관계를 어떻게 사유했는지에 대한 단서들을 얻고자 했다. 박경리는 실존인물인 이인직과 이광수, 허구의 인물인 임명빈과 이상현의 운명을 통해 식민지 시기의 문학의 역할을 사유하도록 독자를 이끈다. 우선, 박경리는 이인직을 문학청년 임명빈과 대위법적으로 배치하여 이인직의 몰주체적인 모방으로서의 문학을 비판하고, 동시에 그러한 모방조차 해내지 못하는 임명빈의 무기력함을 비판한다. 또한, 박경리는 이광수의 민족개조론을 표면적으로는 제국에 저항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제국에 타협했던 모순된 담론으로서 재조명한다. 이광수는 소설가 이상현과 대위법적으로 배치되는데, 도피적인 댄디스트인 이상현의 시각을 통해서 이광수 문학의 계몽성이 비판된다. 그러나 이상현은 계몽문학의 한계를 넘어설만한 문학을 창작하지 못하며, 소설가로서 성공하지 못하고 낙오한다.
박경리는 이인직과 이광수를 통해서 제국주의 권력과 문학의 공모를 보여주는 한편, 임명빈과 이상현의 실패를 통해서 식민지 지식인의 주체적인 문학적 실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제국주의 권력의 억압을 가시화한다. 박경리는 식민지 문인들의 표상을 통해, 문학의 역할은 추상적인 담론을 설파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인간의 운명을 창조하는 것이며, 문학자의 역할은 인간을 계몽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를 추구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박경리는 작가 자신을 닮은 문학소녀 ‘상의’를 통해 식민지 규율 권력으로부터 탈주하여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글쓰기의 한 사례를 보여준다. 박경리는 문학소녀의 습작이라는 실천 속에 제국주의와 공모하지 않는 문학의 가능성을 심어두었다. 이처럼 박경리는 자국 문학이 식민 권력과 공모하거나 식민권력에 의해 좌절되었던 흔적들을 되살려내고 들춰낸다. 이 글에서는 그와 관련된 서술을 되짚어보면서 『토지』의 동력 중 하나가 식민지 경험에서 비롯된 고통을 기억하고 망각에 저항하려는 의지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Abstract
This paper aims to explore the representations of colonial writers depicted in Land to uncover clues on how Pak Kyong-ni conceived the relationship between imperialism and literature. Through the fates of both real historical figures like Lee In-jik and Lee Gwang-su, and fictional characters like Im Myung-bin and Lee Sang-hyeon, Pak Kyong-ni guides readers to contemplate this relationship. Firstly, Pak Kyong-ni juxtaposes Lee In-jik with the literary youth Im Myung-bin, critiquing Lee In-jik’s unoriginal imitation in literature while simultaneously criticizing Im Myung-bin’s ineffectuality, which fails even to achieve such imitation. Additionally, through the characters' dialogues, Pak Kyong-ni reevaluates Lee Gwang-su’s theory of national reform, revealing it as a contradictory discourse that ostensibly resisted the empire but effectively compromised with it. Lee Gwang-su is contrasted with the novelist Lee Sang-hyeon, and through Lee Sang-hyeon’s escapist dandyism, the enlightening aspect of Lee Gwang-su’s literature is criticized. However, Lee Sang-hyeon fails to create literature that transcends the limitations of enlightenment literature, ultimately becoming a drunken failure.
Through Lee In-jik and Lee Gwang-su, Pak Kyong-ni exposes the collusion between imperial power and literature, while the failures of Im Myung-bin and Lee Sang-hyeon highlight the oppressive colonial system that makes independent literary practice by colonial intellectuals impossible. Nevertheless, Pak Kyong-ni does not deny the potential for literature to transcend imperialism. In Land, she presents a cyclical view of history through the voices of characters and narrators, suggesting the possibility of constructing a counter-discourse that could overturn the social Darwinism underpinning imperialism. Furthermore, through the literary girl "Sang-ui," a character resembling herself, Pak Kyong-ni illustrates an example of writing that seeks freedom by escaping colonial disciplinary power. Through the literary girl’s practice of writing, Pak Kyong-ni embeds the potential for literature that does not collaborate with imperialism.
Keywords:
Imperialism, Colonial writers, Social evolution theory, Theory of national reform, New Novel(Sinsoseol)키워드:
제국주의, 식민지 문인, 사회진화론, 신소설, 민족개조론Acknowledgments
이 논문 또는 저서는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21S1A5B5A17047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