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농촌 경제의 재편성과 리얼리즘의 도정 : 이기영의 『고향』에 나타난 ‘여성 노동’을 중심으로
초록
본고에서는 프로문학의 가장 큰 성취라고 평가받는 이기영의 『고향』을 재독하여, 작품 속에서 식민지 농촌 경제의 중요 축인 ‘여성 노동’이 재현되고 의미화되는 양상을 고찰하고자 한다. 작품 속에서 여성들의 노동은 자본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렴한 것들(cheap things)’로 치부되는 자연, 식량, 돌봄, 돈(임금) 등과 중층적인 의미망을 형성하면서, 식민지 농촌 곳곳에 흩뿌려진다. 여농(女農)들의 지속적인 노동은 자연과 분리되지 않은 채 풍경처럼 처리되고,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유지시키는 재생산 노동은 다양한 감각들을 활용해 실감나게 재현되지만 사건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또한 근대적 노동이자 공적 경제의 일부분인 여공들의 노동은 주요 인물인 갑숙을 중심으로 이상화된다. 식민지 농촌에서 화폐경제 중심의 자본주의가 본격화되면서 경제적인 발전을 직접적으로 견인하지 못하거나 재화를 생산하지 못하는 요소들은 비생산적인 것 혹은 무가치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여성 노동에 대한 비노동(non-work)화가 진행된다. 이기영은 『고향』 안에서 여성 노동을 통해 식민지 농촌이 근대와 전근대, 전통과 외래, 생산과 비생산, 노동과 비노동 등이 길항하면서 농민들의 삶의 터전으로서 유지되고 변모하는 모습을 형상화한다. 『고향』은 식민지 조선의 농촌 경제가 저렴한 것들로 회수되는 경로를 여성 노동을 매개로 그려냄으로써, 기존의 리얼리즘 소설들을 보완하면서 리얼리즘의 다음 단계를 예비한다.
Abstract
This article examines the ways in which women's labor, an important pillar of the colonial rural economy, is represented and signified in Lee Ki-Young's Hometown, which is considered one of the greatest achievements of class literature, and the features of the colonial rural economy underlying it. In the works, women's labor is scattered throughout the colonial countryside, forming a layered network of meanings with nature, food, care, and money (wages), which are dismissed as 'cheap things' in the process of capitalism. The continuous labor of women farmers is treated like a landscape, not separated from nature. The reproductive labor that sustains the lives of the various characters is realistically recreated using a variety of senses, but does not lead to events. In addition, the work of women, which is modern labor and part of the public economy, is idealized around the main character, Gaksuk. As capitalism centered on the monetary economy took hold in the colonial countryside, factors that do not directly drive economic development or produce goods are evaluated as unproductive or worthless. And in this process, the de-working of women's labor proceeds. By presenting the transformation led by the male protagonist and women's labor together in “Hometown,” Lee depicts how the colonial countryside is maintained and transformed as a place of life for peasants, while modernity and pre-modernity, tradition and foreignness, production and non-production, and labor and non-labor are antagonized. By depicting the path through which the rural economy of colonial Korea was reclaimed by cheap goods through the medium of women's labor, Hometown complements existing realist novels and prepares for the next stage of realism.
Keywords:
Lee Ki-young, Hometown, female labor, non-work, representation, signification, realism키워드:
이기영, 고향, 여성 노동, 비노동, 재현, 의미화, 리얼리즘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0학년도 충북대학교 학술연구지원사업의 연구비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research grant of the Chungbuk National University in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