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작가 선우휘의 ‘교양소설’ 실험, 그 임계와 유산 : 상실된 ‘젊음’을 둘러싼 냉전기의 문학적 재현
초록
이 논문은 해방과 분단,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격동기에 폭력적/자발적으로 젊음을 떠나보낸 남한의 지식인들이 그 상실된 젊음을 어떻게 의미화하였는지에 관한 물음에서 촉발되었다. 그리하여 이 글은 ‘젊음’을 자기 최대 화두로 삼았던 전후 작가 선우휘를 교양소설의 관점에서 재독하고 냉전의 논리와 강하게 결합된 그 교양 이념의 문제성을 살폈다. 「불꽃」(1957)과 『깃발 없는 기수』(1959)는 젊은이의 성장 편력과 방황, 실존적 결단을 대한민국의 규범적인 남성 반공 주체가 되는 과정으로서 서사화했다. 하지만 ‘전후’의 시점에 이러한 ‘성장’은 익히 규범화된 기성의 가치에 대한 수락에 불과했기에 공허했고, 선우휘는 그 젊음의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한 고투 또한 벌여야 했다.
「불꽃」과 『깃발 없는 기수』가 공산주의자를 조롱하며 성장의 제물로 삼았던 것과 달리, 「승패」(1958), 「열세 살 소년」(1964), 「좌절의 복사」(1965)와 같은 작품은 공산주의자 즉 ‘사상하는 인간’이 결코 그에게 인식적으로 손쉽게 처리되는 대상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사사로운 나’를 넘어 신념에 목숨 바칠 수도 있는 인간은 젊음의 상징성과 성숙한 인간의 존엄성 모두를 간직했기에, 공산주의자는 외경심 섞인 언케니의 대상이었고 선우휘는 그로부터 청년과 어른 그 어느 쪽의 형상도 전유해낼 수 없었다. 이처럼 삐거덕거리는 교양=냉전 논리의 균열은 『물결은 메콩강까지』(1966~1967)에서 최종적으로 봉합된다. ‘젊음’을 둘러싼 10여 년에 걸친 선우휘의 작가적 실험은 실패로 끝나지만, 그 실패의 기록은 전후에 출현한 냉전적 교양 이념의 존재를 드러내 주고 있다.
Abstract
The question on the way that the intellectuals of South Korea narrated their lost youth which had ended violently/voluntarily through the National Division and the Korean War is a starting point of this article. This article tried to re-read the postwar writer Seon-Woo Hwi whose biggest topic was ‘youth’ in the perspective of Bildungsroman. Furthermore this article examined his bildung-ideology that stubbornly combined with the logic of The Cold War. “Spark”(「불꽃」) and A Flagless Flag Bearer(『깃발 없는 기수』) represented a young man’s growth, wandering, and existential decisions as a process of becoming a normative male-anti-communist of South Korea. However, in the postwar time, this type of ‘growth’ could only mean an acceptance of the established values. This made Seon-Woo Hwi struggle to prove the authenticity of his youth.
“Victory and Defeat”(「승패」) “A 13-year-old Boy”(「열세 살 소년」) and “Copies of Frustration”(「좌절의 복사」) were different from Spark” and A Flagless Flag Bearer mocking and rejecting communists. These texts revealed that communists were not an easy target for the writer to epistemological overcome. Because the communist, who could devote their lives to the belief to transcend the private ego was an Uncanny object with awe for Seon-Woo, he failed to appropriate both the symbolism of youth and the dignity of mature man against them. It was in The Waves Flow to the Mekong River(『물결은 메콩강까지』) that the crack of ‘Bildung=Cold War’ logic was finally sealed. Seon-woo’s experiments on bildungsroman over the 10 years had ended in this Vietnam War-justifying-novel. But the ideology of ‘Cold War-Bildung’ that supported his bildungsroman remains an unresolved task for us.
Keywords:
The Return(『귀환』), “Spark”(「불꽃」), Flagless Flag Bearer(『깃발 없는 기수』), Bildungsroman of Anti-communism, War of Thought, Ideological conversion, Partisan, Prison camp키워드:
『귀환』, 「불꽃」, 『깃발 없는 기수』, 반공의 교양, 사상전, 전향, 빨치산, 포로수용소Acknowledgments
이 글은 2021년 10월 23일 제6회 후쿠오카대 한국학시리즈 차세대연구자 워크숍에서 「성장의 곤혹」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내용에 기초해 있다. 귀중한 조언을 해주신 와타나베 나오키 선생님(무사시대), 김모란 선생님(와세다대), 민동엽 선생님(도쿄대), 황호덕 선생님(성균관대)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