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작가의 계급적 감정 : 박완서의 남성 지식인 비판과 자기서사
초록
이 글에서는 스스로를 진보적인 작가이자 페미니스트 소설가로 인식했던 박완서의 1990년대 정치적 글쓰기의 특징을 「티타임의 모녀(1993)」를 중심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문민정부가 출범한 1993년에 박완서는 평등과 해방을 꿈꾸며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엘리트 남성 지식인을 작품에 등장시켜 명문대 졸업생이 전위적인 운동가가 되기 어려운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티타임의 모녀」에서 1980년대 과감하게 기득권을 버렸던 남성 엘리트 지식인은 동구권이 몰락하고 1991년에 소련이 해체된 후 정치적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만다. 그는 돈을 벌어 공부를 하려던 찰나에 아들의 낙상 사고를 겪으며 자연스럽게 부르주아 가문으로 귀가하게 된다. 박완서는 사회 변혁 운동에 참여했던 남성 지식인들이 가졌던 혁명적 열망 즉 ‘계급적 감정’이 신분 상속 질서를 지탱시키는 ‘친족적 충실성’과의 경쟁구도에서 밀려난 것이 1990년대 ‘운동권’이 위기에 봉착하게 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티타임의 모녀」에서 1990년대 초반 진보 진영의 엘리트 남성 지식인들이 이 두 상반된 ‘감정’ 사이에서 분열하는 존재로 재현된 반면, 여공 출신인 감일순은 학력 자본을 위시한 지식의 위계를 부정하면서도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에 관한 무식과 착각을 철저하게 경계했다. 이러한 면모는 마치 1990년대에 페미니즘과의 거리를 더욱 좁히면서 여성주의 관점으로 적극적인 발화를 시작했던 박완서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Abstract
In this article, I would like to analyze the characteristics of political writing practiced in the 1990s by Park Wan-seo, who recognized herself as a progressive writer and feminist novelist, focusing on 「Mother and Daughter at Tea Time (1993)」. In 1993, when the civilian government was inaugurated, Park Wan-seo sharply analyzed the reality that elite male intellectuals who jumped into the labor movement dreaming of equality and liberation are unlikely to become avant-garde activists. In 「 The Mother and Daughter of Tea Time」, male elite intellectuals who boldly abandoned their vested interests in the 1980s lost their sense of political direction after the collapse of the Eastern Bloc and the dissolution of the Soviet Union in 1991. As soon as he tried to earn money to study, he naturally returned to the bourgeois family after experiencing his son's fall accident. Park Wan-seo pointed out that the revolutionary aspirations, or class feelings, of male intellectuals who participated in the social transformation movement were pushed out of the paternal-centered competition provided by families and relatives. On the other hand, Gam Il-soon, the main character of 「The Mother and Daughter of Tea Time」, denied the hierarchy of knowledge, including educational capital, but was thoroughly wary of ignorance and illusion of capitalism and patriarchy, reminiscent of Park Wan-seo's active speech from a feminist perspective in the 1990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