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포르노그래피 장르화를 둘러싼 페미니스트들의 정동과 그 의미
초록
1990년대 문화장에서 포르노그래피의 장르화는 장정일과 장선우로부터 촉발되었다. 장정일에게 포르노그래피는 역사의 종언을 비주류의 위치에서 사유하는 동시에 가변적이고 불확정적인 삶을 고정화할 양식이었다. ‘바지 입은 여자’라는 페티쉬에 대한 혐오로 은폐되었지만, 그가 포르노그래피라는 느슨한 구성 속에 심어 넣으려고 했던 것은 결국 저자가 되고자 하는 스스로에 대한 증오였다. 그는 페티쉬의 실패를 통해 페티쉬에 의존하지 않고는 자아를 보존할 수 없는 남성성을 폭로한다. 반면, 장선우는 보다 가벼운 포르노그래피를 지향함으로써 바지 입은 여자가 은밀히 지니고 있던 저자로서의 욕망을 삭제한다. 그는 오히려 역사의 종언 이후 페티쉬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남성들에게 연민의 시선을 보낸다. 한편, 장선우가 지향했던 가벼운 포르노그래피는 재현과 현실의 위계를 의도적으로 흩트리면서 페미니스트들의 실천적 개입을 야기했다. 1990년대 페미니즘 운동의 급등은 페미니스트들이 느꼈던 ‘불편한 정동’을 의미화하고 언어화하는 과정과 관련되어 있었다. 더욱이 그들은 페미니즘 운동에 동시적으로 가해졌던 백래시에 의해서도 ‘불편한 정동’에 긴박되어 있었다. 이러한 그들에게 포르노그래피는 섹슈얼리티와 권력에 접근할 수 있는 우회로였다. 그러나 포르노그래피는 남성의 성적 지배를 정당화하는 제도의 일부라는 점에서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읽어내기에 가장 부적합한 통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불편한 정동’을 무릅쓰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페미니스트적인 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페미니스트들의 모든 읽기가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포르노그래피라는 거대한 백래시에 대한 일격들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Abstract
The genre of pornography in the cultural field of the 1990s was triggered by Chang Jung-il and Chang Seon-woo. For Chang Jung-il, pornography was a form of contemplating the end of history from a non-mainstream position, while at the same time fixing a variable and indeterminate life. Although it was covered up by his hatred of the fetish of the ‘woman in pants’, what he tried to instill in the loose composition of pornography was his hatred of himself, who wanted to become an author. Through the failure of the fetish, he exposes the masculinity that cannot preserve the self without resorting to the fetish. On the other hand, Chang Seon-woo erases the desire as an author hidden by the woman in pants by pursuing lighter pornography as a trusted reader by Chang Jung-il. Rather, he sends a compassionate gaze to men who have no choice but to rely on fetishes after the end of history. On the other hand, the light pornography that Chang Seon-woo was aiming for caused the practical intervention of feminists by intentionally disturbing the hierarchy of representation and reality. The rapid rise of the feminist movement in the 1990s was related to the process of meaning and verbalizing the ‘uncomfortable affect’ felt by feminists. Moreover, they were tensed by ‘uncomfortable affect’ even by the backlash that was simultaneously applied to the feminist movement. For them, pornography was a detour to access to sexuality and power. However, pornography was the most inappropriate channel for reading females' core gender identity in that it was part of the system that justifies men's sexual domination. Nevertheless, they knew that speaking at the risk of ‘uncomfortable affect’ was the most feminist act. Not all feminist readings have been successful, but it cannot be denied that they were blows to the huge backlash of pornography.
Keywords:
1990s, Pornography, Chang Jung-il, Chang Seon-woo, To you from me(1992), <To you from me>(1994), Fetish, Feminist, Uncomfortable affect, Backlash키워드:
1990년대, 포르노그래피, 장정일, 장선우, 『너에게 나를 보낸다』(1992), <너에게 나를 보낸다>(1994), 페티쉬, 페미니스트, 불편한 정동, 백래시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0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20S1A5B5A170886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