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훈 『상록수』에 나타난 노동서사와 순교서사의 경합
초록
심훈의 장편소설 『상록수』는 두 주인공 ‘박동혁’과 ‘채영신’을 각각 중심으로 하는 두 서사 플롯의 교차로 이루어져 있다. 박동혁의 서사는 노동서사 마스터플롯을 따르는데, 이는 시련을 통해 계급적 진실을 깨닫고 새로운 인식을 얻는 노동자 또는 지식인의 성장서사이다. 동혁은 여러 시련을 겪으며 ‘경제운동’에 대한 인식을 획득한다. 노동서사의 마스터플롯에 따르면 채영신의 죽음은 ‘문화운동’의 한계를 보여 주는 ‘실패’이자, 박동혁이라는 노동자 지식인이 성장하게끔 해 주는 시련으로 작용한다. 채영신의 서사는 순교서사의 마스터플롯과 유사점이 있는데, 이는 수정 또는 비혼을 추구하며 시련을 극복하여 단련하고 그 끝에 순교라는 죽음을 성취하는 것이다. 영신은 동혁과의 사이에서 끝내 결혼하지 않고, 공권력의 압박, 부모의 혼인 강요, 자신의 질병, 그리고 동혁의 신앙 비방 등의 시련을 견뎌내고 끝내 죽음을 맞는다. 순교서사의 마스터플롯으로 보았을 때 채영신의 죽음은 실패가 아닌, 오히려 끝내 달성하고자 했던 ‘순교’라는 목표 지점으로 읽힌다. 두 플롯은 하나의 이야기로 ‘결합’하지 않고, 오히려 ‘경합’한다. 각각의 플롯은 상대 플롯을 자기화하여 재해석하지만, 어느 쪽이든 완벽하게 하나로 합치되지 않는 균열을 남긴다.
Abstract
Shim Hoon’s Sangnoksu consists of the intersection of two narrative plots each centered on Park Dong-hyuk and Chae Young-shin. Park Dong-hyuk’s narrative follows the masterplot of the labor narrative, which is the growth narrative of workers or intellectuals who realize the class consciousness and gain new recognition through ordeals. According to the masterplot of the labor narrative, Chae Young-shin’s death acts as an ordeal for Park Dong-hyuk to grow. Chae Young-shin’s narrative follows the masterplot of the martyrdom narrative, which tries to keep chastity or non-marriage, overcomes ordeals, and achieves the glorious death of martyrdom at the end. In terms of the masterplot of the martyrdom narrative, Chae Young-shin’s death is a goal point of martyrdom. The two plots do not “combine” into a single story, but rather “compete”. Each plot reinterprets the other plot to itself’s own, but either leaves a crack that does not perfectly fit into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