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신화’와 ‘회색인’의 사유 : 최인훈의 단편소설 「라울전」을 중심으로
초록
본고는 최인훈의 1960년대 산문과 초기 단편소설 「라울전」(『자유문학』, 1959.12)을 대상으로 하여 그의 문학 활동 초기부터 인류의 문명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드러나고 있음을 밝힌다. 기존의 연구들은 주로 최인훈의 개인사와 민족적 비극을 원인으로 들고 있고, 최인훈의 문학적 주제가 개인/민족에서 점차 세계 문명으로 심화/확대되어간다고 해석해왔다. 그러나 본고는 최인훈의 초기 사유와 문학 속에서 문명에 대한 비판이 드러나고 있음에 주목하여 그가 반복적으로 주제화하고 있는 지성에 대한 반성적 태도가 당대 서구의 보편적 사유와 공명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최인훈은 근대 문명이 자연 전체를 지배함으로써 이전까지 자연이 누리고 있던 지위를 문명이 대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문명은 인간과 대립되는 ‘제2의 자연’과 같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또한 문명으로 인한 인간 소외 현상이 근본적으로 인간 이성에 대한 맹목적 믿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인식 하에, 인간 이성에 대한 반성과 대안을 소설을 통해 모색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라울전」은 허구적 인물인 라울을 통해 지성이 타자가 되는 순간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으로 독해할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닌, 인간 문명과 이성 중심의 역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Abstract
This paper reveals that Choi In-hoon's critical perception of human civilization has been revealed since the beginning of his literary activities, targeting his 1960s prose and Raul Story. Existing studies have interpreted that the cause of this internal contradiction was mainly related to Choi In-hoon's personal history and national tragedy. However, this study noted that criticism of Logos-centered civilization was revealed in Choi In-hoon's early works.
Under the perception that human alienation caused by civilization fundamentally stems from blind belief in human reason, he seeks to reflect on reason, seeks alternatives, and shapes it into novels to overcome it. From the perspective of this paper, it can be seen that Raul Story dramatically reveals the moment when the intellect, which had been believed to be his own, is converted to others. Reading this with Choi In-hoon's thoughts, it will be confirmed that it contains criticism of human civilization and logos-centered history, not just an individual trage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