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소설화, 소설의 역사화 : 이병주 소설의 의미
초록
이병주의 문학은 ‘학병세대’라는 담론과 함께 문학 연구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실제 학병을 경험했던 그는 식민지와 해방, 한반도와 일본이 겹치는 시간과 공간을 소설을 통해 재현해 내었다. 학병의 경험은 작가 이병주의 정체성을 형성한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병주에게 학병세대 이야기는 일종의 인정 투쟁 성격을 띠고 있었다. 그의 소설들은 주로 가까운 과거의 의미를 추적하는데, 작가의 사적인 경험과 타인의 경험을 겹쳐 서술함으로써 기억의 정당성, 세대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려 하였다. 여기에는 기록과 수기를 허구와 통합하여 소설을 역사로 남기고자 하는 욕망, 허구를 통해 기록이나 수기와 경쟁하려는 욕망이 담겨 있었다. 이병주는 현재의 관점에 충실한 작가였는데, 이 현재의 관점은 현실의 승인에 기초하고 있었다. 식민지 시대 체득한 교양 주의 정신도 그와 그의 소설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소설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반공주의도 이 식민지 교양 주의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의 교양은 독서를 통해 얻은 서양의 교양이었다. 그의 소설에서는 세계주의를 자주 발견할 수 있는데, 그의 세계주의는 민족주의를 극복한 것이라기보다는 경험 없이 교양으로 습득해버린 일종의 선험적 감각이었다.
Abstract
Lee Byung-ju is a writer who has actually experienced a ‘hakbyeong’(student soldier). He recreated the time and space where colonization and liberation in his novels. For him, the story of the generation of ‘hakbyeong’ took on the character of a struggle for recognition. His novels trace the meaning of the near past. He tried to be recognized for the legitimacy of his memory and the legitimacy of his generation. He tried to integrate records and memoirs with fiction. It contained the desire to leave the novel as history, and the desire to compete with the record or memoir. This current view is based on the recognition of reality. His culturalism acquired during the colonial period also had a great influence on him and his novels. The anti-communism explicitly revealed in his novels is actually not far from this colonial culturalism. His culture was Western culture acquired through reading. Globalism, often found in his novels, did not overcome nationalism, but was a kind of a priori sense acquired through culture without exper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