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의 소설에 나타난 젠더 폭력과 우울한 비체의 문제 연구 : 『불란서 안경원』(1997)을 중심으로
초록
이 글에서는 조경란의 소설에 나타난 젠더 폭력과 우울한 비체의 문제를 구명해보고자 했다. 그동안 조경란의 소설에 대해서 적지 않은 연구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우울’과 관련하여 연구된 바는 없다. 하지만 일련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듯이, 그녀의 작품 세계에서 ‘우울’은 작품의 중요한 근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우울’을 다루는 방식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그녀의 첫 작품집인 『불란서 안경원』을 중심으로 ‘우울한 비체’의 문제를 탐사해보고자 한다.
‘우울한 비체’라는 용어는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용어인 ‘비체(abject)’를 차용하여 젠더적인 차원에서 재해석한 주디스 버틀러의 용법에 따라 만들어본 것이다. 조경란의 소설에서 주된 인물들은 ‘삼십 대의 미혼 여성’이다. 이들은 권위적인 남성에 의해서 젠더 폭력을 당하는 희생양이다. 이들은 이렇게 희생을 당하지만, 그럼으로써 그들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기표로 자리한다. 이렇게 볼 때 ‘삼십 대의 미혼 여성’은 젠더폭력에 길항하는 ‘우울한 비체’라 할 수 있다. 우울한 비체가 보인 연대와 애도의 (불)가능성은 우울이 비단 개인의 질병이 아니라 사회적인 질병임을 시사해준다.
작가는 정상인뿐만 아니라 비정상인을 잠식하고 있는 우울한 정서를 세심하게 포착한다. 그러나 우울한 비체인 ‘삼십 대의 미혼 여성’은 철저히 혼자라는 점에서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우울한 비체는 훼손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지켜내는 방법으로써 ‘진정한 애도’를 행한다. 조경란의 소설들은 표면적으로 1990년대의 사회적인 참극들을 다루지 않지만, 그 시대를 지배했던 죽음과 우울의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 이로 볼 때 그녀의 소설들은 윤리적인응답을 하는 소설로서의 소명을 다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울한 비체에 대한 소설 쓰기는 비가시화된 폭력을 드러내고자 했던 작가의 의지가 표명된 결과라 할 수 있다.
Abstract
In this article, I tried to investigate the problems of gender violence and the Depressed Abject in Cho Kyung-ran's novel. There have been many studies on Cho Kyung-ran's novel, but no studies have been conducted on “depression” yet. However, as can be seen in a series of works, Depression is the basis of an important work in her work world. Therefore, in this article, I would like to explore the problem of “the Depressed Abject,” focusing on her first collection of works, which is the starting point of the way she deals with “depression.”
The term “the Depressed Abject” was coined according to Butler's usage, which was reinterpreted at a gender level by borrowing Kristeva's term “Abject.” In Cho Kyung-ran's novel, the main characters are “single women in their 30s.” These are victims of gender violence by authoritative men. They are sacrificed in this way, but by doing so, they become signs of accusing their violence. In this way, the “single woman in her thirties” can be said to be a “the Depressed Abject” that navigates against gender violence. The (non)possibility of mourning and solidarity with depressed the Depressed Abject suggests that depression is not just an individual disease, but a social disease. The artist carefully captures the gloomy emotions that are encroaching on the abnormal as well as the normal. However, there are many limitations in that the Depressed Abject “single woman in her thirties” is completely alone.
Nevertheless, in order not to damage the Depressed Abject, 'true mourning' is performed as a way to protect oneself. Cho Kyung-ran's novels superficially do not deal with the social tragedies of the 1990s, but are obsessed with the problems of death and depression that dominated the era. In view of this, her novels are fulfilling their calling as ethically responsive novels. Therefore, it can be said that writing a novel about the Depressed Abject is the result of the artist's expression of the will to reveal invisible viol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