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주의적 상상력을 통해 본 박완서 초기 장편소설 연구 : 「나목」, 『목마른 계절』을 중심으로
초록
본고는 체험주의적 상상력을 통해 박완서의 소설을 분석하여 이에 내재된 의미를 살펴보았다. 기존 연구에서는 작가의 ‘경험’에 방점을 두고, 경험/기억의 서사화, 트라우마로서의 글쓰기, 증언으로서의 글쓰기로 박완서 소설을 반복적으로 해석해 온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만으로는 40년에 이르는 긴 창작기간과 문학적 성과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왜냐하면 박완서에게 있어서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전 작품을 자전적 고백으로 치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그동안 박완서 소설에서는 그리 주목되지 못했던 ‘상상력’이라는 개념에 주목하여 그의 초기 장편을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체험주의적 상상력 이론의 두 축인 ‘영상도식’과 ‘은유’를 그 방법론으로 채택하였다.
박완서 초기 장편 소설의 기저에는 <인간은 식물이다> 은유가 전제되어 있다. 재난으로서의 전쟁은 개개의 인간으로서는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작가의 초기 소설 속 전쟁은 일종의 자연재해로, 인간은 식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인간은 식물이다> 은유는 단순히 수동성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식물은 느리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로서의 인간은 더위로 은유되는 이데올로기를 피하고, 김장철의 나목처럼 전쟁의 시기를 견디어 내는 한편 액체적 자질을 추구한다. 박완서 소설에서 자유로운 감정의 교류를 막는 이데올로기는 식물의 성장을 막는 ‘한발’, ‘가뭄’으로,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 상황은 ‘바다’, ‘푸르름’ 등으로 은유된다. 또한 두 소설 모두 <안-밖 도식>이 드러나는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의 공간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밖으로 뻗어나가는 모험을 감행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못한 존재는 결국 작품 속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맞는다.
이처럼 본고는 체험주의적 상상력의 두 축인 영상도식과 은유를 활용하여 「나목」과 『목마른 계절』에 드러난 상상력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박완서가 전쟁 상황을 이해하는 방식을 확인하고, 작가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삶의 태도가 작품으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 논증하였다.
Abstract
This paper analyzes Park Wan-seo's novel through experiential imagination and examines its implicit meaning. In previous studies, there has been a repetitive tendency to interpret Park Wan-seo's novels as narrating experiences/memories, writing as trauma, and writing as testimony by focusing on the author's 'experience'. However, that interpretation is insufficient to explain Park Wan-seo's 40 years long creation period and her literary achievements. This is because, for Park Wan-seo, experience cannot be ignored, but all her works cannot be replaced with autobiographical confessions. This paper analyzes her early novels by paying attention to the concept of 'imagination', which had been hardly noticed in other interpretations. For this purpose, the two axes of the experiential imagination theory, 'image schema' and 'metaphor', were adopted in the methodology.
The metaphor of <HUMANS ARE PLANTS> is presupposed in Park Wan-seo's early novels. War as pain is inevitable for all individuals. Therefore, in the author's early novels, war is portrayed as a kind of natural disaster and humans are portrayed as plants. However, the metaphor of <HUMANS ARE PLANTS> does not simply mean passivity. Plants are slow but have strong vitality. The characters endure the long period of war like the leafless tree fluid liquid qualities. In Park Wan-seo's novel, the unfree situation is metaphorized as 'drought', which impede the growth of plants, and the opposite situation is metaphorized with 'sea' and 'green'. Also, <In-Out Schema> appears in both novels. In order to live and sustain life as a human being, we must not only stay in the interior space but also venture outside. Although humans cannot avoid the hardships themselves, they can survive through active attitudes to their lives. Other characters eventually face negative consequ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