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으로 아름다워야 한다는 조건 : 1990년대 여성문학의 제도 문학 편입 맥락과 그 과정
초록
본고는 1990년대에 이르러 여성문학이 제도화된 문학장에 편입될 수 있었던 맥락과 그 과정을 탐색해본다. 1990년대 초는 민족문학의 퇴조로 인해 문학적 규범이 공동화(空洞化)됨에 따라, 그간 공고하게 유지되어왔던 문학의 권위가 흔들렸던 시기였다. 그 반작용으로 1992년경 문학장에는 가장 보수적인 미학성이라 일컬어지는 서정성에 대한 향수가 나타났으며, 이와 같은 복고적 향수를 투사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신경숙의 소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1980년대 문학과의 단절을 통해 자유주의적 개인성을 중심으로 문학장을 재편하고자 하는 논자들은 민족문학의 퇴조 이후 문학장에서 남성들이 이탈해나가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신경숙을 비롯한 여성 작가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유해나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여성의 시각에서 자신과 세계를 재현하는 작업은 이전 시대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선별되고 검열되기 시작했다. 문학이란 합리적 이성으로 결코 명징하게 파악될 수 없는 모호하고 복잡한 삶의 근원적 비의 혹은 구체적 시공간과 무관한 인간 실존의 보편적 진실과 같은 ‘부정성의 미학’을 표현하는 것으로 굳어져감에 따라, 여성문학은 자기 안의 타자성에 침잠해있는 여성을 재현할 때에만 비로소 보편적 문학성을 구현한다고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성적 나르시시즘으로부터 비롯된 우울한 상실감과 고독감을 주된 정조로 내세우는 문학 - 이전 시기까지 소위 ‘여류적’ 감성 소설로 불렸던 문학 - 만이 문학장으로 편입되어갔으며, 그 외 여성문학은 대중문학, 상업문학, 전투적 페미니즘 문학 등으로 분류되었다. 이 과정에서 ‘여성적 글쓰기’는 여성문학의 문학적 가치가 보편 자아의 결핍감을 보충하는 대리물로서 모성을 재현하는 데 있다고 얘기함으로써, 여성문학을 전유하면서도 결국 무화시키는 당대 문학장의 보편적 문학성 구축에 공모했다.
Abstract
This article explores the context and process of women’s literature’s incorporation into the literary sphere as universal ‘literature’ in the 1990s. Following the early 90s decline of ‘National Literature’ and subsequent hollowing out of literary conventions, the previously sturdy authority of literature was shaken. In reaction, nostalgia arose in the literary sphere for lyricism―often called a conservative aesthetic―and Shin Kyung-sook’s fiction became an object on which to project this nostalgia. Theorists attempting to initiate a break with the literature of the 1980s and reconfigure the literary sphere around liberal individualism actively appropriated the works of Shin and other women writers as a response to men’s departure from the literary world after National Literature’s decline. In the process, women’s representations of self and world were subject to new forms of selection and censorship that differed from those faced by earlier women writers. As literature solidified into an expression of ‘negative aesthetics’―centering on a fundamental sorrow underlying life’s ambiguity, complexity, and unascertainability via reason, or on universal truths of human existence unrelated to any specific time or place―only women’s literature which depicted women withdrawn into inner otherness could receive recognition as universal ‘literature.’ As a result, only literary works for which the central tone is one of depressive loss and solitude stemming from a specifically feminine narcissism―in other words, works which would previously have been referred to as ‘feminine(yeoryu-jeok)’ sentimental novels―were incorporated into the literary sphere. Other women’s literature was categorized as popular literature, commercial literature, aggressive feminist literature, and so on. In the process, ‘women’s writing’ asserting that the literary value of women’s literature lay in representations of motherhood, acting as surrogate to supplement the universal self’s sense of lack, colluded in the construction of the contemporary literary sphere’s concept of universal literariness, which appropriated and ultimately neutralized women’s litera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