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의 시대와 그 무수한 흔적들 : 90년대 문학의 매체와 그 지형도
초록
1990년대를 정치, 사회의 변화로 돌아본다면 87년 6월 항쟁과 97년 IMF 사태 사이의 10년을 90년대로 구획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87년 체제 이후의 급속한 사회 현실의 변화가 97년까지 이어지다가 그 이후 급속히 다른 국면을 맞게 되었다는 것인데, 이러한 사회학적 진단이 문학사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그러나 문학의 매체와 관련해서 검토한다면 87년 출판 자유화로부터 시작된 출판물의 호황, 그리고 97년의 IMF로 인한 위축까지를 적절한 준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 이 과정을 염두에 두면 ‘87-97’의 10년은 90년대 문학 매체사를 검토할 수 있는 유효한 기준이 될 수 있다.
90년대 문학 매체에 관한 기존의 연구는 대체로 ≪문학동네≫의 창간에 주목하고 있지만 이러한 연구는 대체로 2000년대를 전후한 문학·출판 권력 논쟁의 결과물로 재구된 부분이 있다. 또한 메이저 출판사와 잡지, 문단의 주요 작가들로 가시화되는 90년대 문학사적 전개는 그간의 연구 성과들이 보여준 다양한 90년대의 양상을 상업성과 문단 권력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측면도 있다. 우리가 우선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문학의 한 형식으로서의 매체가 사회 문화적 맥락과 어떻게 교우하면서 변화되어 왔는지, 그리고 기존의 문학사가 누락해온 90년대의 여러 문학적 풍경들에 대한 회고(retrospection)이자 기록(archive)이다.
본고는 90년대의 다양한 잡지들을 토대로 90년대 문학사적 풍경을 재구성하고 그 매체적 흐름을 고찰하려고 했다. 1980년대의 문학장이 엄혹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정치적·사회적·과학적 비평의 시대였다면 1990년대는 문화예술 비평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 운동이나 정치 투쟁의 저항성은 컴퓨터와 PC통신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그 비평적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고 다양한 문화적 흐름 속에서 문학을 문화예술의 한 장르로 위치시키고 그 교호를 도모하려던 시도도 있었다. 나아가 이것이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문화적 실천, 혼란스러운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이론적 탐구 등으로 다채롭게 이루어졌다는 점에도 주목하고자 했다.
동시에 이러한 90년대 문학 매체의 시도들은 한계도 갖는다. 새로운 기술이나 기기를 통한 다양한 가능성이 결국 문학의 생산이나 유통에 있어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점과 문화적 저변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끝내 문학 중심주의, 엘리트주의를 극복하기는 어려웠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문학이 가지고 있던 경직성이나 엄숙주의 등을 타파하는 데 이러한 매체들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Abstract
Looking back on the 1990s as political and social changes, the decade between the June 1987 revolution and the 1997 IMF crisis could be defined into the '90s. In other words, the rapid change in social reality after the ‘87 years system’ continued to 1997, however, the sociological analysis cannot be applied to the history of literature. Nevertheless, if we look at the media of literature, we can use the boom in publications that began with liberalization of publications in 1987 and the decrease of the IMF in 1997 as the appropriate base. Accordingly, the decade of '87-97' can be a valid criterion for reviewing literary media in the 1990s.
Existing research on literary media in the 90s usually focuses on the creation of Munhakdongne[Literature Village], but these studies are usually reconstructed as a result of literary and publishing power disputes around the 2000s. Also, the literary development of the 1990s, which is visualized as major publishers, magazines, and literary writers, is a way of returning various aspects of the 1990s that have been shown by research achievements to commerciality and literary power. What we need to pay attention to first is the retrospection and archiving of how the media as a form of literature has changed with social and cultural context, and the various literary landscapes of the 90s, which have been omitted by traditional literary history.
Based on the various magazines of the 90s, this paper tried to reconstruct the historical landscape of the 90s and examine its media flow. If the literary field in the 1980s was an era of political, social, and scientific criticism to overcome the harsh reality, the 1990s was an era of cultural and artistic criticism. Resistance to student movements and political struggles has shown its potential through new media such as computers and PC communication, and has placed literature as a genre of culture and art amid various cultural trends and sought interchange. Furthermore, it was also intended to note that it consisted of cultural practices that resisted capitalism and theoretical exploration to overcome chaotic times.
At the same time, these 90s literary attempts have limits. Various possibilities through new technologies or devices did not eventually bring about fundamental changes in the production or distribution of literature, and efforts to expand cultural base were difficult to overcome literary centrism and elitism. Nevertheless, it is clear that these media played a major role in breaking down the rigidity and solemnity of litera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