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소통 체계에서 의미의 논리 : 「종생기」론
초록
이상의 「종생기」를 통하여 허구 내러티브에서 서사의미의 형성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본 연구의 궁극적 목표이다. 이상의 소설들, 특히 「종생기」의 줄거리와 그것이 지닌 의미는 여전히 모호하고, 때로는 공동의 함의에 저항하는 위태로움을 보이기조차 한다. 이상 소설들이 보인 재현적 서사관례의 위반이란 관점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들을 제대로 해명하기 어렵다. 「종생기」가 특이하게 설정한 서사소통의 체계는 이를 그 행위자들의 기능의 측면에서, 그리고 서사담론의 형성의 측면에서 살펴볼 적절한 근거들을 부여한다.
「종생기」에 표명된 ‘들끓는 여러 나들’은 서사소통의 구조를 가시화할 구체적인 증인들이다. 그들은 작중인물, 서술자, 내포독자, 그리고 작가로 차등화되어 서사의 과정에 각각 배치된다. 그들은 ‘자아’로서의 ‘나’의 분열이기보다 소통 체계에서 기능적으로 배치된 행위항들이다. 그들의 발화들은 명료한 경계를 갖고 있지 않아서 우리의 해독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렇게 「종생기」는 그 목소리들을 동시에 드러내면서 일인칭 서사에서 일어나는 서사소통의 체계를 보여준다. ‘나’를 ‘그’로 위장하는 근대 서사의 규범에서 벗어나 있기에, 오히려 우리는 ‘나’들의 위상을 구조화할 기능 모형을 단일한 계열 속에서 발견한다.
주요한 공간소인 산호편과 독화와 같은 기호들은 이 서사소통에 의미의 공백으로 놓여 있다. 그들은 ‘여러 나’들을 대체할 의미의 무수한 가능성 앞에 방출되어 있다. 그것들의 의미는 보류된 의미에 의존하는 가상적인 것으로 물질 지시적인 고정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낡고 어두운 현재의 지식을 넘어서는 생생한 고유화만이 그것들이 지닌 의미의 도래가 될 것이다. 이 비실체화의 효과를 ‘終生’은 은유적으로 전달한다. 「종생기」에 붙박힌 ‘종생’의 불가능성은 기존 의미의 죽음만이 새로운 의미를 생산한다는, 이상의 사유가 깊디깊게 도달한 의미의 논리를 지시한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amine the formation of narrative beauty through Lee Sang's “Jongsaenggi.” The novels of Lee Sang, especially the plot and narrative of “Jongsaenggi,” are still vague. Lee Sang's novels go beyond common narrative. The narrative convention speaks of the rules of representation. However, the ambiguity of the above novels is difficult to explain only from the viewpoint of the violation. “Jongsaenggi” has an unusual narrative communication system. We look at this in terms of the functioning of the actors and in the formation of narrative discourse.
The ‘plentiful I’, expressed in “Jongsaengg,” reveals the structure of narrative communication. They are concrete witnesses to show it. They are divided into works, character, narrator, implied writer, and writer. They are not ‘I’ as ‘egos’. They are functionally placed terms of action in the communication system. Their utterances do not have clear boundaries. So we have a hard time understanding them. In “Jongsaenggi,” they each reveal their voices. Here we see the blank of the subject. They show a system of narrative communication that takes place in first-person narratives. They deviate from the norm of modern narratives that disguise ‘I’ as ‘he’.
Symbols such as ‘sanhopyeon’ and ‘dokhwa’, the main space elements, are placed in this narrative as a space of meaning. They are a myriad of possibilities in the sense of replacing ‘plentiful I’. Their meaning is reserved. They do not have an indication material to determine meaning. That is to say, they are not based on a substance called ‘sanhopyeon’ or ‘dokhwa’. Their meanings are newly produced, destroying fixed meanings. It is called the effect of de-materialization. ‘終生’ metaphorically conveys unrealistic effects. The impossibility of “Jongsaeng” indicates the logic of the objections that the above reason has reached, producing a new meaning.
Keywords:
narrative communication, “Jongsaenggi,” character, narrator, implied writer, writer, logic of meaning키워드:
서사소통, 종생기, 작중인물, 서술자, 내포작가, 작가, 행위항, 의미의 논리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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