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iety Of Korean Fiction
[ Article ]
The Journal of Korean Fiction Research - Vol. 0, No. 71, pp.247-280
ISSN: 1229-3830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0 Sep 2018
Received 25 Aug 2018 Revised 12 Sep 2018 Accepted 14 Sep 2018
DOI: https://doi.org/10.20483/JKFR.2018.09.71.247

한강 소설의 분신(分身) 구조와 주체성

양현진*
*인천대학교 기초교육원 객원교수
The theme of the double and subjectivity in Han Gang’s novels
Yang, Hyun-Jin*

초록

한강은 한 쌍의 인물, 즉 분신 관계를 통해 독특한 서사와 섬세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흔히 문학에서 분신이란 자아에서 분리된 ‘또 다른 자아’로서, 한 인물의 심리 상태를 두 별개의 존재에 의해 표상하는 장치로 이해된다. 그러나 한강의 작품에서 분신은 자아의 분할에 기인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에서 분신 관계가 성립되는 지점은, 자아가 타자의 죽음(혹은 죽음과 유사한 상실)을 내면화하는 순간이다. 즉 자아와 무관해 보이던 외부의 ‘타자’가 죽음이라는 행위를 통해 자아의 경계를 뚫고 침입해 들어오는 것이다. 자아의 내부로 틈입한 타자는 자아에 균열을 일으킨다. 자아는 침범해 들어오는 타자가 이끄는 대로 자신을 내어줌으로써 삶의 이면을 보게 되고 새로운 정체성을 얻게 된다. 타자인 분신은 자아 앞에 무의식의 과거를 소환해 옴으로써, 주체가 자신 안에 내재하는 새로운 현재를 살게 한다.

죽은 분신은 물론 연약한 존재이나, 그의 연약함은 폭력적이고 부당한 현실의 생존방식에 길들지 않은 순전하고 올곧은 성향일 뿐이다. 따라서 분신의 죽음이란 불합리하고 위선적인 현실을 고발하는 사건이다. 이 부조리한 현실에서 살아남은 개체는 우월한 승리자가 아니라 오히려 비겁하고 무력한 패배자이다. 그는 죽은 분신을 반추하면서, 분신의 죽음을 방관했던 자신의 비겁함을 반성한다. 분신 관계를 통해 제시되는 윤리적 잣대는 엄중하다. 일상에서 흔히 범하는 사소한 이기성, 평범한 통념적 행위, 잘잘못을 논하기 어려운 우연성에 대해서도 주체의 책임을 묻는다.

분신 구조가 내포하는 반성적 시각의 궁극적 의미는, 죽은 분신이 주체로 하여금 상기케 하는 ‘잠재적 실재’에 의해 명확해진다. 들뢰즈에 의하면, 과거 속에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던 잠재의식들이 범람하는데, 이처럼 지각하지 못한 채 과거로 흘러들어간 모든 기억을 ‘잠재성’이라 한다. 현재란 잠재하는 기억들이 침투하고 연쇄하여 이루어지는, 수많은 발현 가능한 상황들 중 하나일 뿐이다. 하나의 표현형에 지나지 않는 ‘현재’는 잠재해 있는 다양한 ‘실재’들에 의해 변형, 수정될 수 있는 것이다. 분신은 절망적 상황에 처한 주체 앞에 무의식의 과거를 소환해 옴으로써, 주체가 자신 안에 내재하는 새로운 현재를 살게 한다.

초기작부터 분신 구조를 통해 주체 재생의 가능성을 말하던 한강은 「채식주의자」 3부작 이후부터는 분신 관계를 자매 관계로 특화하기 시작한다. 자매-분신 관계는 여성으로 태어난 이상 벗어날 길 없어 보이는 굴레와 고난의 대물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예상되는 진로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정을 열어가는, 개별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의 삶이, 분신 관계에 놓인 여성인물의 서사를 통해 펼쳐진다. 최근작 『소년이 온다』와 『흰』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분신 관계가 역사적 공동체 안에서의 연대의식을 형상화하는데 기여한다.

한강은 분신 구조를 새롭게 차용함으로써, 타자를 통해 구현되는 주체성의 문제에 답한다. 가장 고전적인 문학 구조를 통해 해체적인 주체 구성의 서사를 이루는 것이다. 이러한 분신 구조는 특히 한강의 전 작품에 적용, 분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문학을 형성하는 핵심적 작가 의식을 해명할 수 있는 유효한 관점이 되리라 판단한다.

Abstract

Han Gang reveals unique plot and delicate insight using characters in pairs, i.e. the theme of doubling chracters. In many literatures, the doubling chracters present two sides of the same person. Two sides mean ego and alter ego that is separated from ego. When ego and alter ego have opposite characteristics, conflict and compete with each other, the surviving character is considered as to overcome the weak characteristics.

Otherwise, the starting point of Han Gang’s story is the death of the alter ego and that is the uniqueness of Han Gang’s narrative structure. Naturally, dead character is weak being but the weakness is just the pure and upright characteristic that is not subdued to the violent and unjust real life. So, the death of the alter ego is an event that accuses illogical and two-faced reality. The Subject that survived irrational reality is not superior winner but coward and powerless loser. The surviving character contemplates the dead character and is contrite for his or her cowardliness to neglect the alter ego’s death. The moral yardstick’s tolerance is tight in doubling characters structure. The surviving character is not free from responsibility in not so big wrong doings that are usually committed in everyday life - small selfishness, ordinary act according to common sense and opaque-responsibility coincident event.

The ultimate meaning of contrite viewpoint in doubling characters structure is clearly viewed by latent reality which the dead alter ego makes the surviving Subject to remind. Gilles Deleuze says that the past is full with latent senses and that the latent memories buried in the past are latency. The present life is one of the many latent choices that are affected, contaminated and woven by the latent memories. Therefore the present that is just one choice can be changed by the many latent realities. The dead aler ego summons the unconscious memories in the past to the surviving Subject that is in hopeless reality. The dead alter ego makes it possible the latency of the surviving Subject’s life is presented. Contrite life of the surviving Subject that has remorse for the alter ego’s death makes him or her to get up again.

In early works, Han Gang already shows the possibility of subject renovation by the doubling characters structure. In the 3 part work “The Vegetarian”, she starts to add the sister relationship, specified version of the doubling characters structure. The sister-doubling characters structure defies women’s unescapable chain and hardships lasting over generation. The sister-doubling characters structure discloses the truth of seemingly same lives of women and presents the possibility of new life that can be changed and revolutionized. In sister-doubling characters’ story, are presented individual and independent lives of women who deviate from banal routes and lead new paths of life. In Han Gang’s recent work “Human Acts” and “The Elegy of Whiteness”, the doubling characters structure is used to make solidarity of historical community concrete.

Han Gang newly defines the seemingly unrelated-with-me world in the doubling characters structure. Unrelated-with-me world never exists and when we embrace the world as our own, our present can be changed.

Keywords:

Han Gang, modern novel, double, alter ego, latent reality, subjectivity, solidarity

키워드:

한강, 현대소설, 분신, 잠재적 실재, 주체성, 자매-분신,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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