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유정>에 나타난 칸트적 윤리의 양상
초록
이 글은 기본적으로 <유정>의 최석이 보여주는 의지와 열정 혹은 이성과 감정의 대립을 칸트가 주장한 윤리의 맥락에서 살펴보고자 하였다. 칸트는 윤리가 ‘자유로워라’라는 정언명령에 충실할 때만 가능하며, 공동체의 규범이나 행복주의(공리주의)를 부정함으로써 구체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 공동체의 규범을 부정해야 하는 이유는, 사람이 공동체의 규범에 따라 행위할 때 그것은 타율적이어서 자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리주의적인 사고방식에서도 행위는 신체적 욕구나 타자의 욕망에 따라 규정되는 것이므로 자유가 아니다. <유정>의 최석은 공동체의 규범이나 자신의 본능과 욕망을 부정함으로써 칸트적 윤리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먼저 최석은 공동체를 존속시키기 위한 규율, 이른바 공동체의 도덕을 거부한다. 그는 공동체의 대표적인 범주라고 할 수 있는 가족과 조선을 떠나면서까지, 정임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다음으로 최석은 애욕과 이성 사이에서 벌어지는 투쟁을 통해 행복주의(공리주의)에 대한 부정이라는 칸트적 정언명령에도 충실하다. 칸트가 공동체의 도덕과 더불어 비판한 또 하나의 항목은 개인의 행복이나 이익의 관점에서 윤리를 생각하는 견해이다. 이 관점은 자연적 인과성에 ‘나’를 맡기는 것이고, 이것은 ‘자유로워라’는 정언명령에 따른 도덕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기에 최석이 자신의 애욕과 벌이는 투쟁은 ‘자연’에 맞서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싸움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결국 최석은 정임에 대한 애욕을 이겨냄으로써 이 투쟁에서도 승리한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지불하면서까지 칸트적 의미의 윤리를 구현한 것이다. <유정>의 과도한 윤리적 모습은 <무정>에 나타난 과도한 공동체 지향성의 뒤집어진 모습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무정>에서는 여러 가지 감정에 휘둘리며 친소관계를 반복하던 형식, 선형, 영채 등이, 결국 작품의 마지막 이르러 형식의 연설에 감격하여 완벽한 한 몸이 되는 것으로 끝난다. 이러한 <무정>의 결론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공동체적 존재로 태어나며, 진정한 자유와 인격은 공동체(국가)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 헤겔을 연상시킨다. <무정>이 결국 개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의 무화를 통해 공동체라는 절대적 지향점을 덩그러니 남겨 놓았다면, <유정>에서는 본능이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물론이고 공동체의 규범과 도덕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윤리적 존재를 시베리아 원시림 속에 강렬하게 남겨놓은 것이다. 이러한 변모는 철학적으로 표현하자면 헤겔에서 칸트로의 변모라고 정리해 볼 수도 있다.
Abstract
This article basically seeks to examine the confrontation between the will and passion, or reason and emotion, of Choi Seok in the context of Kant's alleged ethics. Kant saw that ethics can only be realized if it is faithful to the covenant of freedom, and can be embodied by denying community norms or happiness (utilitarianism). If a person follows the norms of the community, it is imperative that it is not free. In a utilitarian way of thinking, action is not free because it is regulated by physical desires or other people's desires. Choi Seok shows the approach to Kant's ethics by denying the norms of community, his instincts and desires. Choi Seok rejects the morality of the so-called community, the rule for sustaining the community. He does not give up his love for his office until he leaves family and Chosun, which is a representative category of community. Next, Choi Seok is faithful to Kant 's critique of the denial of happiness (utilitarianism) through the struggle between lust and reason. Another item Kant criticized with the morality of the community is the view that considers ethics in terms of individual happiness or interest. This view entrusts me to natural causality, which is far from being moral in accordance with the citation of the covenant to be free. Thus, Choi Seok-suk's battle with his lust can be summarized as a fight to defend 'freedom' against 'nature'. In the end, Choi Seok seeks victory in this struggle by overcoming the lust for the reign. He embodies Kantian ethics until he pays for his life. The excessive ethical aspect of 『Yoo Jeong』 can be understood as an overturned view of excessive community orientation shown in 『Moo Jeong』 』. In 『Moo Jeong』, the form, linearity, and reverberation which are repeated by various emotions and repeating the relation of the pros and cons, eventually ends with ending the work and becoming a perfect body by being impressed by the speech of the form. The conclusion of such a moral virtue is reminiscent of Hegel, in which human beings are born as a community from birth and true freedom and personality are only possible within a community. In the end, it is not only free from instincts and desires, but also from the norms and morals of the community, as well as being free from ethical existence In the Siberian primeval forest. However, in the Kantian ethics of 『Yoo Jeong』, Hegel's shadow is structurally adult. It can also be confirmed through the basic narrative structure of this work. This work is composed of a complex-class structure. Through this narrative structure, Choi Seok's life is constantly interpreted and evaluated through 'I'. These interpretations and evaluations are community-oriented. This narrative structure of 『Yoo Jeong』 can be said to be the result of Lee Kwang Soo 's Hegelian worldview, which is based on the community's true value.
Keywords:
Lee Kwang Soo, Yu Jung, Kant, Ethics, Community, Freedom, Nature키워드:
이광수, 유정, 칸트, 윤리, 공동체, 자유, 자연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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