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택적 적응’을 요구하는 구조에 대한 해체적 저항 : 김승옥의 <차나 한잔>, <들놀이>, 이청준의 <굴레>, <보너스>를 중심으로
초록
1960년대 중반 4·19 혁명이 완성되지 못하고, 지리멸렬한 실패를 경험하면서 5·16 이후 군사정권이 내세운 성장과 민족이라는 슬로건에 젊은이들은 온전히 적대적일 수만은 없었다. 악의 실체, 뚜렷한 억압의 근원을 알았던 때에 ‘자기 세계’를 찾아보려 애쓰던 개인들은 이제 급속한 산업화와 그에 따른 삶의 질 향상이라는 당위 앞에 선택의 자유를 유보하고, 규율화 될 위기에 놓여있다.
김승옥의 <차나 한잔>, <들놀이>, 이청준의 <굴레>와 <보너스>는 개별적 자기 세계와 실존에 대한 고민을 보이던 개인이 ‘무선택적 적응’에 놓일 수밖에 없게 한 분기점에 해당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선거를 통해 정당성을 획득한 군사정권은 국민들에게 경제 성장과 생활의 개선을 최고선이라고 ‘정밀하고 완벽한 방법으로’ 선택해 준다. 때문에 국민에겐 그에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그만인 ‘무선택적 적응’이 요구된다.
특히 이러한 당위 제시와 적응 요구는 문화적인 삶의 성취로 포장되고 있는데 이 같은 시대적 당위의 작동을 신문사와 잡지사 같은 회사라는 구조 속에서 포착해내고 있다. 이청준 소설에서 자세히 언급되듯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잡지는 5·16 이전, 선택을 위한 가치 표명에 집중하던 편집 방향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커다란 회색빛 괴물 같은 신문사와 잡지사를 중심으로 한 회사라는 배경은 하나의 원형 감옥과 같이 시간과 사칙의 규율로 사원들을 감시하는 구조이다. 이 조직에서는 ‘봉투’, ‘시험지’,라는 확고한 문자의 명령과 감시가 존재한다. 물리적 억압이나 폭력이 아니라 ‘들놀이’를 가자고 환심을 사고, “차나 한잔”하자는 추파와 ‘보너스’를 미끼로 던지며 소시민들을 유혹하고, 결국 ‘굴레’에 스스로를 적응시키도록 하는 구도이다. 즉, 문화적인 방법으로 가장한 채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동일화시키려는 폭력적 구조의 대유이다.
이 속에서 개인들은 강압적인 명령의 존재를 인식하지만 초대장이나 소문의 형태를 띤 명령의 의도는 읽어내지 못하고, 알 수 없음의 상태에 놓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선택하지 못하는 불안함에 휩싸인다. 이러한 인물들의 감성과 내면, 그리고 판단을 유보한 해석적 자세는 말을 해체하는 증상 등으로 드러난다. 이 논문의 목적은 인물들의 이런 증상이 동일성의 폭력 앞에 훈육되지 않겠다는 해체적 저항을 담아내고 있음을 드러내는 데 있다.
Abstract
After the disruptive failure of 4.19 revolution in mid-1960’s and 5.16 military coup, the young generation of Korea could not fully reject the slogans presented by military regime which emphasized economic growth and nationalism. When people knew the substance of the evil and the source of the oppression, ‘the individuals’ tried to find ‘their own world’. After the compressed industrialization and improvement of quality of live, ‘the individuals‘ were demanded to waive their freedom and obey the disciplines.
Kim Seung-Ok’s ‘Chana hanjan’, ‘Deulnori’ and LEE Cheong-Jun’s ‘Gulle’, ‘Bonus’ are the novels captured the ‘the individuals’ driven to a singularity between ‘deliberation of one’s world and existence’ and ‘adaption to no-choice’. The military regime authorized by an election made a choice in ‘precise and perfect’ way in lieu of the people and the choice was that economic growth and improvement of quality of life was the highest good. As a result, the people was demanded to follow the choice and placed on ‘adaption to no-choice’.
The propose of the shoulds and adaption demand was disguised as a cultural achievement of life and the novels seized the mechanism of the shoulds of the time in the frame such as a newspaper publishing company and a magazine house. As closely described in Lee Chung-Jun’s novel, the magazine in the novel changed their editorial keynotes after 5.16 military coup which used be focused on expression of values for a choice.
The scenery of gigantic grey monstrous newspaper publishing company and magazine house provided the structure of a circular prison surveilling employees with time and discipline of arithmetic. In this system, there were steadfast orders and surveillance of letters such as ‘the envelop’ and ‘the test paper’. Instead of physical oppression or violence, the system lured the petty bourgeois with ‘Deulnori – Field Picnic’, ‘a cup of tea – Chana hanjan’ and ‘bonus’, and finally made them to adapt themselves into’Gulle – the bridle’. So it is a synecdoche of violent structure disguised as a cultural manner which identifying the individuals in an indirect and roundabout way.
‘The individuals’ recognized the very existence of the oppressive orders but the orders were disguised as ‘an invitation’ or ‘a rumor’ so they could not catch the hidden intention. This situation made ‘the individuals’ anxious because they could not make their choice for the lack of context awareness. The characters’s emotion, inside and analytical aptitude suspending decision making caused the symptom of deconstruction of words. The purpose of this thesis is to reveal that the symptom hold the deconstructive resistance against the disciplines of the violent uniformity.
Keywords:
Kim Seuongok, LEE Cheongjun, 1960th, adaption to no-choice, Subjects floating, resistance of dismantlement키워드:
김승옥, 이청준, 1960년대, 무선택적 적응, 부유하는 주체, 해체적 저항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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