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문학에서 시민성의 표상 방식 및 그 이중적 효과 : 운동권 및 사회주의자 인물 등장 소설을 중심으로
초록
본고는 박완서 문학에서 시민성이 ‘정신과 물질’ 혹은 ‘정신과 육체’라는 전통적인 형이상학적 대립 구도를 통해 표상되고 있음을, 박완서의 소설 중 운동권 및 사회주의자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들을 통해 구명하고자 했으며, 그로 인해 현실 인식에 있어 이중적 효과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이고자 했다.
좌파 지식인 ‘오빠’가 등장하는 한국전쟁 체험 소설 및 『목마른 계절』과 같이 사회주의자가 등장하는 소설에서 볼 수 있듯, 박완서는 시민성이란 육체적 본능에 구속된 물질주의적 삶을 반성할 수 있는 지성을 통해 초월적 정신을 추구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으로 상정한다. 그런데 시민성과 정신성의 이와 같은 결합은, 시민성 추구에 도덕성을 부여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시민성 추구를 육체적 존재로서 자신의 취약함을 수용하지 못하는 미숙함의 발로로 이해토록 하기도 한다. 또한 「티타임의 모녀」, 「거저나 마찬가지」에서 확인해볼 수 있듯, 시민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이기심을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때 그들의 진정성을 회의토록 한다.
한편 시민성을 정신성과 결합하는 것은 그 반대급부로서 소시민성을 오직 감각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것 즉 물질성을 띤 것만을 실재로서 인정하는 물질주의와 결합되도록 함으로써 소시민성 또한 이중적으로 이해하게끔 한다. 「사람의 일기」, 「저물녘의 삽화 1」,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서 확인해볼 수 있듯, 소시민성이란 곧 속물성이기에 수치심과 죄책감을 유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소시민적 삶이란 물질이라는 유일 실재에 충실한 삶이라는 점에서 관념적 허상에 근거한 시민적 삶보다 진실한 삶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Abstract
This article examines Park Wansuh’s fiction depicting activist and socialist characters to illustrate that it represents citizenship through a traditional metaphysical frame opposing the spiritual or ideal to the material and physical, resulting in an ambivalent effect in relation to perception of social reality. As can be seen in Park’s fiction about her experience in the Korean War, featuring the leftist intellectual older-brother character, and in her novel Parched Season, which features socialist characters, Park posits citizenship as proceeding from the pursuit of a transcendent spirit capable of intellectually reflecting on a materialist life confined by physical instincts. But while this conflation of citizenship with idealism does function as a basis for ascribing morality to the pursuit of citizenship, it also comprehends such a pursuit as an expression of immaturity, a failure to accept one’s weakness as a physical being. In addition, when those leading lives as citizens succumb to selfish behavior, this perspective creates a fundamental skepticism of their authenticity, as can be seen in works like “Mother and Daughter at Teatime” or “Practically for Free.” At the same time, this conflation of citizenship with idealism conversely associates the petit-bourgeois with materialism, which recognizes only that which can be experienced through the senses ―only that which is material―as real, thereby producing an ambivalent understanding of the petit-bourgeois as well. As can be seen in “A Person’s Diary,” “Illustration of Evening 1,” and “The Last Thing I Have,” to be petit-bourgeois is to be materialistic, a source of shame and guilt, but at the same time, petit-bourgeois life’s fidelity to what alone is real―the material―makes it a truer life than that of the citizen, based as it is on an ideal illu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