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재난서사의 파국주의와 과학기술 시대의 윤리적 패러다임 : 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을 중심으로
초록
이 글에서는 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2021)에 깔려 있는 파국을 이겨낼 동력으로서의 파국주의와 과학기술 시대의 윤리적 패러다임의 측면에서 지구공동체의 공존 가능성을 모색하는 SF재난서사로서의 본 작품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인류세적 파국 상황은 소외된 타자들에게 역설적으로 ‘새로운 주체성’으로의 전환을 가능케 하는데, 파국 속에서 새로운 주체성을 획득하고 희망을 실천한 프림빌리지 여성들의 행위들은 본 서사의 바탕에 흐르고 있는 파국주의의 실천적 양상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의 삶에 대한 활력이 지수의 지구 재건의 결심을 이끌어낸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존재성은 결코 정물적이거나 부차적이지 않으며, 모스바나를 세계 곳곳에 식재함으로써 더스트 사태를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킨 조력자로서 이들의 존재적 의미는 더욱 명료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는 작가의 궁극적인 전언은 주요 인물들의 서사와 함께 더스트 시대의 소외된 타자들이 새로운 주체로 부상하면서 보여 준 파국 극복의 의지와 희망의 실천 서사가 함께 구성되고 있음에 주목할 때 한층 더 선명하게 획득될 수 있다.
한편 기후 위기로부터 생태계 위기로 파급되는 총체적 파국의 상황은 세계와 자연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의 관계 맺기가 요구됨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른바 과학기술 시대의 윤리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인류세의 파국적 상황에서의 생존 모색은 오직 생명체들의 관계를 중시하는 생태적 세계관 에로의 전환으로부터 가능하게 된다. 작가는 모스바나의 유연한 생존 방식을 인류가 받아들여야 할 주요 덕목으로 전달하는 한편, 과학기술에의 맹신과 그것에 대한 비윤리적 태도에 주목함으로써 그 안에 내재된 근대적 사고의 위험성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결국 본 SF재난서사의 주요 관점은 더스트 사태에 대한 회고와 그것을 해결해 낸 과학기술의 자부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더스트 사태 이후 더욱 공고하게 지속되어 가는 인간중심적 세계관과 그로 인한 그릇된 과학기술에의 인식과 윤리문제에 대해 주목하고 경고하는 한편 기억 구축을 통해 온전한 과거로부터 이어진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Abstract
This article examines the catastrophism underlying Kim Cho-yeop's Greenhouse at the End of the Earth and its significance as a SF disaster narrative that explores the possibility of global community coexistence in terms of the ethical paradigm of the technological age.
The actions of the Prim Village women, who paradoxically transitioned to a ‘new subjectivity’ in a situation of anthropocene catastrophe, are a practical aspect of catastrophism, and the situation of total catastrophe calls for a shift to an ethical paradigm in the age of science and technology.
Keywords:
SF disaster narrative, Catastrophism, anthropocentricism, a new subjectivity, relational ethics, Ethical paradigm, Kim Cho-yeop, Greenhouse at the End of the Earth키워드:
SF재난서사, 파국주의, 인간중심주의, 새로운 주체성, 관계적 윤리, 윤리 적 패러다임, 김초엽, 지구 끝의 온실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3~2024년도 창원대학교 자율연구과제 연구비 지원으로 수행된 연구결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