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와 개작 : 이태준의 경우
초록
문학 연구에서 간과하는 문제의 하나가 개작(改作)이다. 우리가 접하는 작품은 거의 대부분 개작의 과정을 거친다. 작가들이 끊임없이 작품을 고치고 다듬는 과정을 노동하듯이 반복하는 것은 그것을 통해 작품이 질적으로 향상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도에 한층 부합하는 변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개작은 작가가 작품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 작품에 대한 태도를 살필 수 있는 중요한 통로에 해당한다. 개작은 작가가 가진 의도의 직접적 표현이고 그 실현이다. 그렇기에 개작을 살핀다는 것은 문학에 대한작가의 태도와 가치를 고찰하는 일과 연결된다. 그런 사실을 전제로 여기서는 이태준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태준은 잡지와 신문에 발표한 작품을 단행본으로 수록하면서 시점을 조정하거나 주제를 바꾸는 등 상당한 수준의 개작을 행하였다. 이태준에게 있어서 개작은 현대 문장을 탐구하듯이 개성적인 표현을 찾는 문학행위였다. 단어의 정확성과 문장의 논리성, 조사와 부사의 적절한 사용, 문장 내용에 어울리는 감각적 어휘 등은 이태준이 퇴고에서 주목한 항목들이다. 그런데, 이태준은 그 단계에서 한 걸음더 나아가 ‘처음의 생각과 처음의 시선’,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했는가’의 문제를 중요하게 여겼다. 퇴고가 단순한 화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바로 이 ‘최초 집필시의 생각과 기분’을 기억하고 그것을 잘 표현 했는가를 살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최초 집필시의 생각과 기분’은 단순한 분위기나 인물 형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사건이라든가 인물, 정경과 주제등이 의도한 대로 잘 드러났는가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태준에게 있어서 개작은 문장의 수정과 함께 묘사의 차원으로 승화된다. 곧, “소설도 다른 모든 예술과 함께 표현이라는 점”이다. 주인공의 운명이나 사건의 결말은 다 읽기만 하면 결국 알고 말 사실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어떻게 표현했는가’ 곧, 얼마나 ‘개성적인 눈과 솜씨’를 발휘했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퇴고란 그런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문장과 작품의 구조를 고치고 다듬는 행위인 것이다. 그렇다면 개작이란 문장을 바로잡는 단순한 퇴고가 아니라 개고와 재창작의 행동임을 알 수 있다. 이태준은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는 것보다 개작을 거듭하는 것이 ‘훨씬 수준 높은 문단’을 만들 것이라고 단언한 것은 그런 사실로 이해할 수 있다
Abstract
One of the problems that we miss in the study of literature is ‘adaption’. Almost all the literature that we read go through the process of adapting. Writers constantly fix and elaborate his or her literature style because it helps the work to improve qualitatively and be more close to the meaning that the writer intended to reveal. Adaption functions as an important way to reveal the writer’s attitude toward his or her own literary work. Adaption is a direct expression and fulfillment of the writer’s intention. Therefore, looking through the adaption has a close relationship with studying the writer’s attitude and value toward literature. Base on this fact, we are going to study ‘Lee Tae Jun’. When Lee Tae Jun published the literary work that he wrote in the magazine or newspaper in a book form, he made quite a lot of adaption such as changing the point of view or theme. For Lee Tae Jun, adaption was the act of literature for finding unique expression just like studying for modern sentences. Exact meaning of the words, logicality between sentences, proper use of postposition and adverb, sensible use of word that fits the context was what Lee Tae Jun focuses when revising. Furthermore, Lee Tae Jun took a step forward and put stress on ‘first idea and first feeling’ and ‘how delicately it was expressed’; in order not to make the revision to become a mere ‘make-up’, it was important to make sure ‘the first idea and feeling that came to his mind in the first act of writing’ is well expressed in the writing. However, ‘the idea and feeling in the first act of writing’ was not just a matter of atmosphere or characteristics of characters. It was important that the accident, character, scene, and theme are well revealed as he intended. In this sense, for Lee Tae Jun, adaption is sublimated into the dimension of description with the correction of the sentences. That is, “novel is also an expression, altogether with other different genres of art”. Since the fate of the character or the ending of the event is the fact to be come out eventually once being read to the end, what is at stake ends in how the author expresses, or in other words, how uniquely the author displayed one’s sight and skill. Revision is only an act of fixing and trimming the sentence and structure of the work in order to reach such stage. Then, adaptation is not only a mere revision that corrects the sentence but rather an action of rewriting and recreation. Lee Tae Jun’s affirmation that repeating adaptations rather than publishing new pieces would result in the far superior literary world, could be understood in this light
Keywords:
Correction, rewriting, Lee, Taejun, the flower trees planted(꽃나무는 심어놓고), Omon women(오몽녀), depiction, expression, personality키워드:
퇴고, 개작, 이태준, 달밤, 꽃나무는 심어놓고, 오몽녀, 묘사, 표현, 개성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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