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문체의 형성 과정 : 이광수 문장의 언문일치와 구어체 소설의 정착
초록
이광수는 언(言)과 문(文)이 갈등을 겪고 있던 시대에 문필활동을 시작한 작가이다. 이광수가 실천에 옮긴 첫 번째 문체 개조의 단계는 구문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는 순한문에 토를 다는 낡은 국한문혼용체를 벗어나, 고유명사나 한문에서 온 명사ㆍ형용사 등만 한자로 쓰고 그 외에는 모두 국문으로 표기할 것을 제안한다. 이광수의 문체 변화를 향한 생각은 최남선의 시문체에 대한 관심과 결합하면서 더욱 구체화된다. 다음 단계에서 이광수의 문체가 보여주는 변화는 어미의 변화이다. 이는 주로 초기 단편소설들을 통해 구현된다. 종결어미가 변화하고, 현재시제와 과거시제를 적절히 활용하게 됨에 따라 선어말어미의 사용 빈도도 급격히 증가한다. 시문체를 지향하며 스스로 세웠던 문장 규범을 작품에 적용해보는 시도도 초기 단편소설들을 통해 이루어졌다. 장편소설 <무정>의 한글화는 표기문자에 따라 독자층이 분리되어 있던 근대 초기 한국의 문자사용 현실을 극복하고 통합하기 위한 계기로서 의미가 있다. <무정>의 한글 사용이나 이후 <개척자>의 국한문 사용 등은 『매일신보』라는 매체의 문자사용 관례 및 지면배치 구도와도 관련성이 크다. <무정>은 초고 상태에서 『매일신보』에 게재될 때 국한문체가 한글체로 바뀌었다. 이광수 문체 변화의 마지막 단계는 순우리말 어휘의 의도적 사용이다. 이를 통해 이광수가 목표로 삼았던 ‘언문일치의 구어체 한글 문장’이 완성되는 것이다. <가실>과 <거룩한 죽음>을 통해서는 이광수의 문체가 매체의 영향으로부터도 완전히 자유로워졌음을 알 수 있다. 이광수가 <가실>을 쓴 뒤에야 처녀작의 기쁨을 맛보았다고 술회하는 이유는, 그가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언문일치의 구어체 한글소설에 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벗에게>를 개작한 <젊은 >은 이광수의 문체와 관련하여 새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이광수가 <크리스마슷밤>을 <어린벗에게>로 다시 쓰는 과정에서 보여준 변화의 핵심은 서사형식의 차이였다. 이에 반해 <어린벗에게>를 <젊은 >으로 재개작하는 과정에서는 문체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젊은 >에서는 이광수가 과거에 발표한 국한문체 작품까지도 다시 한글체로 바꾸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수행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어린벗에게>를 <젊은 >으로 재개작하는 과정에서는 한자표기를 모두 한글표기로 전환했을 뿐만 아니라, 한자어 표현을 순수한 우리말 표현으로 바꾸는 작업을 병행했다. 이는 <무정>의 단순한 표기 변경 작업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젊은 >의 한글화 과정의 궁극적 목표는 표기의 변화를 넘어서 ‘읽는 소리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언문일치의 구어체 소설을 구현하는 일이었다.
이광수의 문체 변화는 구문구조 → 어미 → 문자표기 → 어휘선택의 영역에서 이루어졌다. 이들이 꼭 단계를 구별하며 순차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순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research the formation of the early modern Korean writing system through author Lee, Kwang-Su. The first step in the transformation of the literary style of Lee, Kwang-Su was to change the structure of the sentence. He tried to wrote only a portion of the word in Chinese characters and suggested that all else be written in Hangeul. In the next step, the change in literary style that Lee, Kwang-Su tries to change is to change the ending of a word. This is mainly achieved through his early short stories. During this period, he also tried to use the past tense in the sentences of the narratives. Next, he tries to use pure Hangeul. The first performance of such attempts is a modern novel <Mujeong>. His use of Hangeul in modern novel <Mujeong> is also related to the newspaper's policy of the placement of a newspaper article using Korean characters and Chinese characters. The last step of the formation process of modern Korean literary style in works of Lee, Kwang-Su is using a genuine Hangul word. That he want through the process was the unification of the written and spoken language and the achievement of spoken language style narratives. While writing <Gasil> he was completely free from the influence of the medium. He wrote that he felt his first piece of writing after writing <Gasil>. That means he has achieved what he targeted there. The target was the achievement of spoken language style narrative. He actively conducted an attempt to translate his work published in the past into Hangeul. He thought it was important to understand the meaning of the sentence when he heard only the sound of reading. The stylistic changes of Lee, Kwang-Su were made in the structure of the sentence → ending of a word → writing Hangeul → using a genuine Hangul word. These are not necessarily sequential steps. But in a large frame, the order is not so different.
Keywords:
Lee, Kwang-Su, modern literary style, unification of the written and spoken language, spoken language style narratives, Hangeul, <Mujeong>, <Gasil>키워드:
이광수, 근대문체, 언문일치, 구어체, 국한문체, 한글체, <무정>, <가실>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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