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iety Of Korean Fiction

The Society Of Korean Fiction

학회 회칙

The Journal of Korean Fiction Research - No. 88

[ Article ]
The Journal of Korean Fiction Research - Vol. 0, No. 88, pp. 247-283
ISSN: 1229-3830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0 Dec 2022
Received 15 Nov 2022 Revised 16 Dec 2022 Accepted 16 Dec 2022
DOI: https://doi.org/10.20483/JKFR.2022.12.88.247

못 들은 척과 침묵 : 김유정 문학에서 듣기의 양상과 그 의미
석형락**
**아주대학교 다산학부대학 강의교수

Pretending not to hear and Silence : Aspects of Listening and its Meaning in Kim Yoo-Jung's Literature
Seok, Hyeong-rak**

초록

이 연구는 김유정의 전기적인 행적에 착안하여, 김유정 문학을 듣기의 시각에서 다시 읽은 결과물이다. 김유정은 인물 간의 대화를 작품에서 많이 활용했다. 그의 작품에서 듣기는 인물의 성격이나 됨됨이를 제시하고, 사건 전개의 계기로 작용한다. 또한 비극적 결말의 원인으로 기능하거나 인물의 주체화 과정의 토대로 작용한다. 이 연구는 김유정 문학에서 인물들이 상대의 말을 정확히 듣기보다는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 하며, 이러한 듣기가 자신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는 점을 밝혔다. 이어 김유정이 듣기에서 정보의 전달보다는 듣기 주체의 태도를 중요하게 보았음을 살펴보았다. 특히 「두포전」과 「산골」이 듣지 않으려는 인간의 비극적 최후와 들으려는 인간의 주체화 과정을 대조하고 있다는 것을 논증했다.

이 연구는 김유정 문학에 나타난 침묵을 권력의 비판과 들음의 윤리라는 두 가지 양상으로 읽었다. 김유정은 「정조」에서 가부장 인물의 못 들은 척과 침묵을 통해 무능한 권력을 조롱했고, 「만무방」에서 지주의 침묵을 통해 1930년대 자본주의 식민 농정의 폭력을 폭로했다. 이 연구는 「만무방」에 나타난 폭력이 말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말하면 그에 침묵함으로써 그 말을 무력화하기의 양상으로 나타남을 살펴보았다. 「생의 반려」에서 침묵이 들리는 말을 듣기가 아니라 말의 자리를 마련하는 듣기임을, 「형」에서 침묵이 억압적 권력에 대한 저항이자 그 권력을 향한 처벌임을 논증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김유정 문학을 듣기의 가능성에 대한 문학적실험이라고 평가했다.

Abstract

This study is the result of reviewing Kim Yoo-jung's literature from the perspective of listening, focusing on Kim Yoo-jung's biography. Kim Yoo-jung used a lot of dialogue between characters in his works. In his works, listening presents the personality of a character, shows who he or she is or operates as an cause for development of events. It also functions as a cause of a tragic ending or as a basis for a subjectivation process of character. This study revealed that the characters in Kim Yoo-jung's literature try to listen only to what they want to hear rather than what others want to speak accurately, and this is the reason why they cannot solve their problems. It examined that Kim Yoo-jung considered the attitude of listener more important than information delivery. In particular, it demonstrated that in 「Dupojeon」 and 「Sangol」 , there is striking contrast between the tragic end of humans who do not try to listen and the subjectivation process of humans who try to listen.

This study examined silence in Kim Yoo-jung's literature in two aspects - criticism of power and ethics of listening. In 「Jungjo」, Kim Yoo-jung mocked incompetent power through patriarch person pretending not to hear and keeping silent and in 「Manmubang」, exposed the violence of capitalism colonial agricultural administration in the 1930s through the landlord's silence. This study examined that the violence appears in the aspect of making it impossible to speak and otherwise neutralizing the words by keeping silent. In 「Partner in the Life」, it revealed that silence is not listening to words that can be heard, but listening that creates a space for words. In 「Brother」, it showed that silence can be a resistance to oppressive power and a punishment for that power. Through this process, Kim Yoo-jung's literature was evaluated as a literary experiment on the possibility of listening.


Keywords: Kim Yoo-jung, listening, Pretending not to hear, Silence, Making a relationship, Subjectivation, Criticism of power, Ethics
키워드: 김유정, 듣기, 못 들은 척, 침묵, 관계 맺기, 주체화, 권력 비판, 윤리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2년 9월 24일 김유정문학촌에서 진행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글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발표 기회를 주신 김유정문학촌, 김유정학회, 강원일보사 측에, 그리고 부족한 글을 읽고 토론해주신 강원대 정진석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참고문헌 1. 자료
1. 유인순 엮음, 『정전 김유정 전집』 1·2, 소명출판, 2021.

2. 단행본
2. 마르틴 하이데거, 「무엇을 위한 시인인가?」, 『숲길』, 신상희 옮김, 나남, 2008.
3. 사이토 미츠코, 『듣기 이론』, 원훈의 옮김, 박이정, 1999.
4. 알랭 바디우, 『윤리학』, 이종영 옮김, 동문선, 2001.
5. 우치다 타츠루, 『소통하는 신체』, 오오쿠사 미노루·현병호 옮김, 민들레, 2019.
6. 자크 라캉, 『에크리』, 홍준기·이종영·조형준·김대진 옮김, 새물결, 2019.
7. 존 스튜어트·캐런 제디커·사스키아 비테본, 『소통: 협력적인 의사소통의 방법―사회구성주의적 접근』, 서현석·김윤옥·임택균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8. 주디 브라운넬, 『듣기: 태도, 원리 그리고 기술』, 이시훈·한주리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2007.
9. 플루타르코스, 「수다에 관하여」, 『그리스로마 에세이』, 천병희 옮김, 도서출판 숲, 2011.
10. 플루타르코스, 「귀 기울여 듣는 법」, 『마음의 평온을 얻는 법』, 임희근 옮김, 유유, 2020.
11. 피에르 자위, 『드러내지 않기』, 이세진 옮김, 위고, 2017.

3. 논문
12. 고은강, 「유가철학에서 과묵함은 미덕인가?」, 『인문연구』 97, 영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21, 93-119면.
13. 권창규, 「가부장 권력과 화폐 권력의 결탁과 경합: 김유정 소설을 중심으로」, 『여성문학연구』 제42호, 한국여성문학학회, 2017, 159-184면.
14. 김성도, 「푸코 사상에서 경청의 문제: 경청의 인간학 수립을 위한 모색」, 『인문언어』 19권 1호, 국제언어인문학회, 2017, 101-127면.
15. 김인택, 「의사소통 과정에서 ‘침묵’ 행위의 사회·문화론적 해석」, 『코기토』 69호, 부산대학교 인문학연구소, 2011, 451-483면.
16. 김재훈, 「1925-1931년 쌀값하락과 부채불황의 구조」, 『한국경제연구』 15, 한국경제연구학회, 2005, 227-260면.
17. 석형락, 「맹세하는 인간과 처벌 없는 세계―맹세의 시각에서 다시 읽는 김유정 문학의 윤리」, 『춘원연구학보』 21, 춘원연구학회, 2021, 95-124면.
18. 송현아, 「들음의 인간학―하이데거 철학에서 인간 현존재의 본래적인 존재방식」, 『철학사상』 72,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2019, 111-141면.
19. 송현아, 「하이데거 철학에서 들음에 관한 고찰: 들음과 기분을 중심으로」, 『서강인문논총』 58, 서강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20, 269-297면.
20. 신제원, 「김유정 소설의 가부장적 질서와 폭력에 대한 연구」, 『국어국문학』 175, 국어국문학회, 2016, 229-258면.
21. 이경, 「자본주의보다 먼저 온 실패의 예후와 대안적 윤리」, 『코기토』 73, 부산대학교 인문학연구소, 2013, 490-524면.
22. 이희재, 「공자의 문답법과 개성존중의 소통방식」, 『철학연구』 제115집, 대한철학회, 2010, 307-308면.
23. 임보람, 「김유정의 「산골 나그네」에 나타난 소리의 수사학」, 『인문과학연구논총』 제42권 1호, 명지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21, 13-38면.
24. 임정연, 「김유정 자기서사의 말하기 방식과 슬픔의 윤리」, 『현대소설연구』 56, 한국현대소설학회, 2014, 469-497면.
25. 정연희, 「김유정 소설의 실재의 윤리와 윤리의 정치화」, 『현대문학이론연구』 제60집, 현대문학이론학회, 2015, 515-536면.
26. 최용성·정혜경, 「한국 소설에 나타난 1930년대 성·가족·모성의 윤리의식에 관한 연구」, 『한국시민윤리학회보』 제23집 1호, 한국시민윤리학회, 2010, 141-16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