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iety Of Korean Fiction

The Society Of Korean Fiction

학회 회칙

The Journal of Korean Fiction Research - No. 73

[ Article ]
The Journal of Korean Fiction Research - Vol. 0, No. 73, pp. 227-256
ISSN: 1229-3830 (Print)
Print publication date 31 Mar 2019
Received 08 Feb 2019 Reviewed 10 Mar 2019 Accepted 15 Mar 2019
DOI: https://doi.org/10.20483/JKFR.2019.03.73.227

공교로움의 수사학, 니힐리즘의 생리학 : 김광주 첫 단편창작집 『결혼도박』을 중심으로
진선영**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교수

Rhetoric of coincidental, physiology of nihilism : Based on Kim Gwang-ju's first short stories, 『Marriage gambling』
Jin, Sun-Young**

초록

본고는 해방공간에 쓰이고 전후시기에 발표한 김광주 첫 창작단편집 『결혼도박』 분석을 통해 김광주 문학의 연속성과 변곡점을 이해하고자 하였으며 분석 결과 결혼과 도박, 공교롭다의 어휘가 모노그램처럼 결합하고 그것이 모놀로그의 자기 독백으로 발화되었다고 보았다.

이것은 김광주 초기소설과 변화된 세계인식을 보여준다. 상해 시절 열정적, 낭만적, 자유주의적 분위기에 취해 자연스럽게 흡수한 아나키즘은 이념적 체계나 사유의 틀이 아니라 그 시공간 안에서 자신의 생을 통한 개인적 심정적인 것이었기에 김광주만의 자유분방함을 담고 있었으며 이것이 민족주의적 성향을 드러낼 때 비판성, 대항성, 대안성을 갖춤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방 이후 식민도, 국민도, 투사도 될 수 없었던 김광주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결혼을 선택하였다. 그에게 남은 것은 술과 방랑(연애) 그리고 생존을 위한 자조적 글쓰기뿐이었다.

모든 형태의 폭압, 위선, 가식 등에 반대하고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아나키즘은 궁극적으로 질서에 대한 반역을 통한 파괴 후의 신사회에 대한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는다. 하지만 새로운 신사회로 기대됐던 해방공간에 상해파 아나키스트가 설 자리는 없었다. 오히려 더 강력한 국가, 종교, 가족이 김광주를 찍어 누르고 있었으며, 목적의식이 파괴되었을 때 공격적이고 저항적인 아나키즘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세계에 대해 희망 없음의 비관성을 드러내는 염세주의와 허무주의적 성향으로 타협해간 것이다.

소설의 결말은 이 모든 공교로운 상황은 “뜻하지 않은 일도”, “놀랄 일도 아니라”는 사실과 함께 닥쳐올 자기의 운명을 점쳐보며 아무 두려워 할 것이 없다는 자포자기적 언술로 마무리된다. 소설 속 인물은 모놀로그의 형식으로 인해 자신의 내면을 발화할 수 있는 단독자이기 때문에 인물 간의 갈등은 유발되지 않고 외부 상황을 건조하게 묘사하거나 폐쇄적 자기 독백만이 전체를 지배한다. 이러한 공교로운 상황에 대한 인물의 모놀로그는 김광주 소설에서 인물의 심경과 주관의 독백이 압도하는 허무주의적 세계를 구현한다. 낭만적이며 자유로운, 비판적 대안성이 사라진 아나키즘이 손쉽게 선천적인 니힐리즘의 생리를 선취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문학으로 반영될 때 모놀로그 형태의 자기 독백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서 구현된 것이다.

Abstract

This study analyzed Kim Gwang-ju's first short story collection 『Marriage gambling』 which was used in liberation space and published in the postwar period. Through this, we tried to interpret the continuity and change of Kim Gwang-ju literature. As a result of analyzing the novel, I saw that the vocabulary of marriage, gambling, and coincidental was combined like a monogram and spoken as a monologue.

This shows Kim Gwang-ju's early novels and changed perceptions of the world. Anarchism, naturally absorbed in a passionate, romantic and liberal atmosphere during the Shanghai era, contained Kim Gwang-ju's free-spiritedness, which had criticism and opposition when it revealed its nationalistic tendencies. After liberation, however, Kim Gwang-ju chose marriage because of desperation. The only thing left to him was alcohol, wandering and self-helping writing for survival.

There was no room for the Shanghai Anarchists in the liberation space, which was expected to be a new pavilion. Rather, a stronger state, religion, and family were holding Kim Gwang-ju. When objective consciousness was destroyed, resistive anarchism was compromised by the nihilistic tendency to reveal nonconformity.

The ending of the novel ends with a desperate monologue that there is nothing to fear for the coincidental situation. The monologue of the characters about the coincidental situation implements the nihilistic world overwhelmed by the monologue of the character and the monologue of the subject in Kim Gwang-Ju novel. Anarchism, which has lost romantic, free, and critical alternative, is easily preoccupied with the physiology of innate nihilism. And when this is reflected in literature, it is realized through a unique form of monologue-type self-monologue.


Keywords: Kim Gwang-ju, Anarchism, Nihilism, Marriage, Gambling, Coincidental, Monogram, Monologue
키워드: 김광주, 아나키즘, 니힐리즘, 결혼, 도박, 공교롭다, 모노그램, 모놀로그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제54회 한국현대소설학회 전국 학술대회(‘소설이란 무엇인가’, 2018. 10.27,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발표한 것으로 당시의 토론 내용을 보충하여 수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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